천안시의원 해외 연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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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의회 문화재관리특별위 소속 의원 6명이 임시회 일정이 11일로 끝나자마자 13일 동남아 해외연수 길에 올랐다. 지난달 9박10일 간 동유럽 연수를 계획했다가 태풍 '매미'와 맞물려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보류했으나 20여일 만에 행선지를 바꿔 슬그머니 떠난 것이다.

여행 목적은 지난 7월 천안시 문화재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조직된 특별위 성격에 맞춰 다른 나라 유적지의 보존.관리 실태 파악으로 잡았다. 그러나 여행 일정 중 목적에 부합되는 것은 4박5일 동안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베트남 전쟁박물관을 견학하는 것뿐이며, 나머지 일정은 톤레삽 호수공원.수상시장 및 메콩강 삼각주 도시, 호치민시 뉴시티센터.차이나타운 방문 등으로 짜여져 있다. 연수일정표엔 일정마다 농수산물 현황 조사, 상업지역 실태 파악 등 '억지성'목적을 붙였지만 여행사 패키지 관광상품과 거의 비슷한 일정이다.

게다가 6명의 의원 여행에 의회 의사담당(6급), 의회법무.문화예술계 직원(7급) 등 공무원 3명이 동행했다. 지난 8월 말 시의원 13명이 호주 연수를 갔을 때 의회 법무담당.전문위원.의정계 직원 등 의회 관련 공무원 3명이 동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동행 공무원이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여행사에서 전담 가이드와 차량 배치 혜택을 받으려면 단체 여행객이 최소 9명은 돼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정수민(45.천안 쌍용동)씨는 "이번 여행은 의원당 연간 1백30만원씩 책정된 여행경비를 시에 반납하기 싫어 어거지로 떠난 것"이라며 "우리가 의원.공무원들 관광여행 하라고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천안YMCA 지방자치위원회 김우수 간사는 "일정을 보면 목적이 불분명하고 여행 취지와는 동떨어진 지역이 포함돼 있다"며 "3년 전부터 해마다 시의회에 해외여행 규칙 제정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인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 도의회는 2001년 해외여행조례를 제정, 시민단체간부.교수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내 15개 시.군의회 중 보령.서산시와 당진.홍성.예산.청양군 등 6곳도 관련 규칙을 이미 제정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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