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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밥뉴스]"순자씨를 아시나요"…엄마의 엄마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6:00

업데이트 2021.08.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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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는 순간, 우리는 부모가 무엇인지 모르고 부모의 삶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부모가 그랬듯, 우리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일에 허덕여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부모되기는 나,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할 것인가, 과연 우리는 이 엄청난 작업을 평생에 걸쳐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며 답이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밥상머리 뉴스, 오밥뉴스’를 준비했습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자녀와 함께 읽을 만한 책입니다.

딸들의 시각에서 그린 '엄마의 일생'

엄마, 엄마도 남자친구 있었지?” 

 “응, 아빠잖아.”
 “아니, 아빠 전에 남자친구는 누구였어?”
 “...”

올해 열 세 살인 아이와 나눴던 대화입니다. 참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성 친구에 대해 물어서가 아니라, 엄마이기 전의 ‘나’에 대해 물었기 때문이죠. 이제 40여 년을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나의 역사'를 묻는 것일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엄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4권으로 된 만화책 『내 어머니 이야기』(김은성, 애니북스)와 4편의 단편을 모은 연작소설『연년세세(年年歲歲)』(황정은, 창비)입니다.

엄마란 사람들은 누구일까. 왜 한국의 엄마들은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일까. 엄마가 살아온 삶의 역사를 따라가며 ‘엄마’를 넘어 한국 근현대사를 헤치고 온 한 ‘사람’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도 역사여야 한다

『내 어머니 이야기』(김은성, 애니북스)

『내 어머니 이야기』(김은성, 애니북스)

‘놋새, 후쿠도조, 보천개 사램, 동주 임이….’

『내 어머니의 이야기』는 시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운명을 헤쳐 온 우리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사십대의 딸이 팔십대가 된 엄마의 삶을 직접 듣고 10년에 걸쳐 만화로 그렸습니다. 딸과 엄마가 현재에서 대화를 나누며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식인데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원치 않는 혼인을 하고 6·25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어머니의 일생은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입니다.

책의 백미는 손에 잡힐 듯 생생한 백년 전 함경도 마을의 모습과 귀에 꽂히는 낯선 사투리입니다. 이씨 성을 가진 40호 정도의 가구가 모여 농사를 짓는 마을. 마을 행사와 결혼 등 관혼상제, 명태식혜와 명태순대 같은 먹을 거리, 북청 민요와 항일 노래도 생생히 기록돼 있습니다. 친가와 외가 구분 없이 같은 호칭을 사용하거나 사람이 죽으면 집에 체를 거는 등 분단으로 갈 수 없는 북녘의 낯선 풍습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큰 기대 없이 청한 엄마의 과거 이야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얘기를 들을수록 엄마의 얘기도 '역사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

책은 2008년 출간됐다 절판됐으나, 지난 2018년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소설가 김영하씨가 추천하는 작품으로 입소문이 나자 2019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순자는 왜 이렇게 많을까

『연년세세』(황정은, 창비)

『연년세세』(황정은, 창비)

황정은의 소설, 『연년세세』 역시 ‘순자’라고 불리는 1946년생 ‘이순일’의 삶을 담습니다. 작가의 말에는 “사는 동안 순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자주 만났고, 순자가 왜 이렇게 많을까”하는 질문에서 이 작품이 시작되었다고 밝힙니다.

여기서 ‘순자’라는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이 흔한 이름 속에 1940년대생 여인들의 삶이 역사의 굴곡과 만나며 어딘지 비슷하게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으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 가난을 천형처럼 받아들이며 살게 되는 순자. 친척 집 식모살이부터 그보다 나을 것 없는 결혼 생활. 가난의 대물림으로 일찌감치 생계를 떠맡은 큰딸에 대한 미안함이 순자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그런 순자를 바라보는 세 자녀, 영진과 세진, 만수의 시선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누나, 너무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지는 마./ 그런 거 아냐. / 너무 효도하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어. / 효? /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할아버지한테 인사하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라고 권하는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언제나 다만 그거였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파묘, 43~44쪽)

작가는 순자, 이순일의 삶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잘 살기,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하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잘 모르면서 내가 그 꿈을 꾸었다. 잘 모르면서.”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잘 모르면서”, 세상의 모든 엄마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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