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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성 질환의 주범|중앙난방·에너지절약형 주택 등 밀폐공간서 크게 번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이불 속에 숨어있는 심술쟁이」 집먼지 진드기가 일으키는 알레르기성 질환들이 우리 나라를 비롯, 세계적인 건강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먼지와 함께 침구나 소파 등에 들어가 사는 집먼지 진드기(크기 0,5ww정도)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20여년 전이다. 그 후 전세계적으로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성 질환 발생이 속속 보고되기 시작했고 80년대 들어서는 위험한 질환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집먼지 진드기는 적당한 온도(섭씨25도 정도)와 습도(상대습도 50% 이상) 및 주거환경(천으로 된 침구·가구 등 진드기가 숨어 살수 있는 장소)만 갖추어지면 폭발적으로 번식하는 특징이 있어 문명생활을 하는 모든 가정이 진드기의 서식처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침실 이외에도 집안 모두가 진드기 서식에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는 중앙 난방식 주택이 늘고 있고 ▲높은 습도가 유지되는 에너지 절약형 건물 역시 증가하며 ▲침대·카펫·소파 등 진드기가 살수 있는 침구·가구가 많이 보급돼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성 질환은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진드기에는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20여가지 이상 포함돼 있고 이들 성분에 의해 수많은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홍천수 교수(감염학)는 『집 안 먼지 1g당 진드기가 1백마리 이상 검출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알레르기성 비염·기관지염·기관지 천식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리면 재채기가 계속되고 축농증이 나타나며 콧속이 가렵게 되는데, 특히 물같이 맑은 콧물이 나오는 특징이 있다. 국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80 %이상이 진드기에 의해 발생한다고 홍 교수는 분석했다.
알레르기성 기관지염은 기침·가래가 계속되는 증상을 나타내는데 보통 감기와 달리 횐 가래가 나오는 특징이 있으며 심해지면 기관지 천식으로 진행된다.
심한 기침이 계속되는 기관지 천식 환자의 50 %가량은 진드기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집먼지 진드기는 그밖에 가려움증과 붉은 발진을 동반하는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먼지 진드기에 의해 알레르기성 질환에 걸리면 복잡한 알레르기 반응검사 등을 거친 후 항히스타민제나 부신피질호르몬을 복용, 치료해야 하나 시일이 오래 걸리는 수가 있으므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홍 교수가 최근 가정집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이불에서 나온 먼지1g당 평균 2백80마리의 진드기가 검출됐고 ▲담요 3백마리 ▲소파 4백마리 ▲카펫 3백20마리 ▲방구석에서 1백80마리 정도가 검출돼 일반 가정에서도 충분히 알레르기성 질환이 발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이불·담요·소파를 자주 털거나 햇빛에 말리고 상대습도를 50 % 이하(쾌적하게 느끼는 정도)로 낮추거나 집안 공기를 자주 환기시켜 진드기가 집안에서 서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 교수는 『밀폐된 공간 속에 들어갔을 때 심하게 답답함을 느끼거나 기침이 오래가면 일단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성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법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고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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