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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 55. 경인일보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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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99년 경인일보 회장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필자(右).

1990년대 들어 의료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평소 염원해 왔던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94년 간호대학으로 유명했던 경기전문대학(가천길대학 전신)을 인수했고, 97년 가천의과대학교를 설립하는가 하면 98년 경원대학교를 인수해 4개의 대학과 신명여고를 운영하게 됐다. 지역문화 활성화와 향토문화 진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천문화재단과 가천박물관도 설립했다.

그러던 차에 99년 내게 뜻하지 않았던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경인일보(京仁日報) 성백응 회장이 자신이 이끌던 신문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경인일보는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가장 전통이 깊은 최대 규모의 언론사였다.

성 회장은 나에게 "건강상 이유로 더 이상 신문사 운영에 힘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에서 어느 분이 신문사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지 오랜 시간 생각해보고 제안을 드립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나는 미디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다만 언론이 바로 서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언론관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인수 제의를 뿌리칠 것을 권유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방언론사가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럴 때 일수록 신문사를 경영해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병을 고쳐 애국하는 것이나 건강한 언론을 통해 사회의 아픈 곳을 치유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오히려 인수 제의를 받고 나서 나는 지역 언론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됐다. 신문사 인수를 결정했다.

경인일보는 1960년 창간된 지방지로, 73년 수원에서 발간하던 '연합신문'과 인천에서 발행되던 '경기매일신문', '경기일보' 등 3개 신문을 통합한 언론사다.

99년 11월 난 경인일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나는 취임사에서 "우리 고장을 밝고, 바르게 이끌어 지역문화 창달에 높이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데 큰 몫을 해달라"며 지역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당부했다. 그리곤 "깨어있는 신문으로서, 독자들에게 읽히고, 독자들에게 봉사하는 신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모든 기자들에게 최신형 노트북을 새로 지급하고,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해 현장 사진전송 시스템을 갖추는 등 취재 환경개선에 착수했다. 취재차량 지원과 2년 연속 두 자릿수 임금인상 등 복지도 대폭 향상시켰다.

경인일보는 3년 연속 '한국기자대상'과 20여 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고, 경인지역 최초로 인터넷 TV방송과 뉴미디어 뉴스비전을 개국하는 등 '앞선 언론'으로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어린이에게 바다의 중요성과 내 고장 인천의 자긍심을 일깨우기 위해 시작한 '인천 바다 그리기 대회'에는 5만여 명에 이르는 초.중.고교생이 참가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사생대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엔 '북경 경인 문화 교류 유한공사'를 설립, 중국과의 언론.경제.문화교류의 가교 역을 담당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지역민에게 봉사하는 신문,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언론으로, 그 임무를 다하고 있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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