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국인 공매도가 결정타…“실적 아닌 투자 심리 문제”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46호 02면

삼성전자 주가 ‘7만원대 늪’ 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얘기다. 2분기 매출액(잠정) 63조원, 영업이익 12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매출은 2조원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조원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뒤로 밀리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300만 개인 투자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자주 모이는 한 종목 토론 게시판에는 “8만원이 바닥인줄 알았는데 그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는 푸념도 나온다.

인텔 등 미국 파운드리 시장 진출 #TSMC, 대규모 투자로 초격차 전략 #삼성, 투자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 #외국인 투자자들 비관 흐름 주도 #우려할 만큼 최악 아니란 시각도 #‘개미’들은 매수 늘리며 반등 기대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건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과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 공매도가 있다. 6월 800억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는 7월 들어 2000억원대를 넘어섰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7일 이후 3거래일 간 공매도는 612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피 전체 공매도의 70%가 외국인 주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공매도 물량 70%가량이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실 있었다”

공매도는 주가가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와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외국인은 8만원 초반대의 삼성전자 주가가 더 내릴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이다. 주가가 개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지하실’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가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재편에 따라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보고, 자국 내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지금은 미국 기업이 주문(팹리스)하면 한국·대만·중국 기업이 생산(파운드리)하는 구조였는데,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문제가 생기면 반도체를 원활히 공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나 대만의 파운드리 TSMC가 미국 공장 신·증설에 나선 이유도, 미국의 인텔이 4년여 만에 다시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입장에서 미국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은 경쟁 상대가 하나 더 늘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엔 속도까지 붙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은 당초 2024년께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파운드리 시장 세계 4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복귀 시점이 2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타진 소식이 알려진 16일 이후 3거래일 간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106억원, 129억원, 394억원에 달했다. 공매도 잔고는 1843억원에서 3거래일 만에 2097억원으로 불어났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가 성사되면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2강 구도에서 3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선 우려할 만한 사항”이라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TSMC는 올해 1분기에만 반도체 설비에 88억5000만 달러(약 10조1617억원)을 투자했다. 연간으로는 280억 달러(약 33조원)를 투입해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1분기 8조5000억원을 반도체 설비 확충 등에 투자했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이 개별 기업들의 경쟁이 아니라, 각국 정부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 정부가 과감하게 반도체 산업 지원을 하고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 정부의 지원은 제한적”이라며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지원이 예상되기에 삼성전자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하실까지 내려갈 만큼의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령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는 파운드리 시장 진출 시점을 앞당기는 것 외에는 인텔이 가져갈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글로벌파운드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월 말 기준 7% 정도로 세계 1위 TSMC나 세계 2위 삼성전자와는 점유율이나 기술적으로 크게 뒤져 있다. 삼성전자는 7㎚(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을 상용화한 반면 글로벌파운드리는 아직 12㎚ 공정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신제품 등 시장 선도하면 반전”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파운드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가 늘면서 10㎚ 이상 공정에서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면 글로벌파운드리는 최대 고객인 AMD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AMD는 개인용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인텔의 강력한 경쟁사다. 노 센터장은 “파운드리 사업에선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공장 신설 등 공격적 투자보다 거래선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파운드리가 AMD를 잃는다면 시장 점유율 유지는커녕 5%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 부진은 실적(펀더멘털)이 아닌 투자 심리(센티멘털) 문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외국인은 공매도를 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23일까지 보통주 2조1897억원, 우선주 2903억원 순매수했다. 주로 주가가 하락하는 날 위주로 삼성전자를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이모(40)씨는 “과거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부침을 겪은 적이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매수 기회였다”며 “한국 주식의 대장주라는 데는 변함이 없는 만큼 주가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도체 시장 외에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업 등에서 기대감이 살아나면 주가에서도 반전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박세익 체슬리자문 대표는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스마트폰이나 낸드플래시 등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를 늘리면서 고점을 높였다”며 “내달 17일 사전예약을 시작하는 폴더블폰을 비롯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만 나온다면 주가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가석방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어, 이 부회장의 복귀 여부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복귀한다면 당장 미국 공장의 신규·증설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시장에선 기대한다. 안진호 한양대 교수(신소재공학부)는 “반도체 사업은 특히 얼마를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도 하는데, 총수가 없는 상황에선 단기성과에 흔들리기 쉽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텔 CEO 펫 겔싱어 “2023년까지 반도체 공급 부족”

미국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복귀 선언과 공격적 투자 행보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인텔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 [사진 인텔]

미국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복귀 선언과 공격적 투자 행보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인텔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 [사진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재진출을 천명한 미국 인텔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부족 사태가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인텔 실적 발표 직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반도체 신규 공장 증설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추기까지는 최소한 1~2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급격히 회복하며 일부 제조업은 빗나간 수요 예측에 따른 심각한 반도체 부족에 시달려 왔다.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고, 일부 가전 제품 역시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 소비자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졌다. 인텔이 세계 4위 파운드리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겔싱어는 “인수·합병(M&A)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배제하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톰 콜필드 글로벌파운드리 CEO는 19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인텔의 인수 제안은 추측에 불과하다”며 피인수설을 부인한 바 있다.

한편 인텔은 2분기 매출 196억 달러(약 22조6000억원), 순이익 51억 달러(약 5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팩트셋 리서치를 포함한 월가의 실적 전망치(매출 178억 달러, 순이익 42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인텔은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매출 예상치도 기존 770억 달러에서 776억 달러(약 89조15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겔싱어는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며 거대한 성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