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방, 군사 역사 ABC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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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일 국방부 국방회관에서 열렸던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전직 국방부 장관 등 15명의 군 원로 간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윤 장관(왼쪽)이 이상훈 전 장관(오른쪽)과 얘기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논의의 중단을 촉구했던 역대 국방장관들이 6일 긴급 회동을 했다. 서울시내 모처에서 열린 회동에는 지난 2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주도했던 김성은.이상훈 전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7일 서울 신천동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실에서 발표할 전작권 환수 논의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성명서 문구를 최종 조율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이들은 역대 장관 모임과 성명서 발표를 연기키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이상훈 전 장관은 "7일 열릴 예정이었던 역대 국방장관들의 모임은 9일 이후로 연기했다"며 "성명서 발표도 당분간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휴가를 떠나 모임을 연기키로 했다"며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테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국방부가 곧 사과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국방부가 사과를 해도 역대 장관들이 주장해 온 전작권 환수에 따른 안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긴급 회동 때 윤광웅 장관이 김성은 전 장관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장관들의 모임 연기와 관련, 한 예비역 장성은 "전작권 환수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역대 장관들이 윤광웅 장관에게 사과를 받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사과할 사안이 아니지만 역대 장관들이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개별적으로 만나 설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임 연기에 앞서 역대 장관들은 "국군 최고 통수권자에게 전작권 환수는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점을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직위를 걸고 거듭 진언해 달라"는 성명서 초안을 마련했다. 성명서에는 또 "전작권 환수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며 전작권 환수 논의 중단을 위한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하는 문구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장관들은 특히 2일 간담회에서 자신들의 우려를 "위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가 다음날 곧바로 반박한 윤 장관에 대해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었다.

당초 7일 모임에는 지난번 간담회 참석 장관 외에도 김동신 전 장관과 이병태 전 장관이 참석키로 했다고 성우회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으로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김대중(DJ) 정부시절 장관을 역임한 김동신 전 장관의 참석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펴면서도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대비태세를 강조했었으나 현 정부는 전작권 환수 등으로 한.미동맹의 틀을 흔들리게 해 차이가 있다"며 "그래서 최근까지 장관을 지낸 분들도 동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 등이 7일 모임을 전격 연기했음에도 역대 장관 중 일부는 "윤광웅 장관이 군사 역사에 대해 ABC도 모르면서 전작권 환수를 추진한다"며 여전히 전작권 환수 논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김민석.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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