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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엔 '나쁜X' 바이든엔 '친구'…메르켈의 '극과극 방미'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만나 웃으며 기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만나 웃으며 기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년 만에 '극과 극'의 대우를 경험했다.

현지시간 15일 백악관서 미독 정상회담 #부통령 조찬, 대통령 부부 만찬 등 환대 #바이든 "메르켈은 미국의 대단한 친구" #"트럼프는 집무실서 '나쁜 X'라고 불러"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단독회담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메르켈 총리를 "개인적인 친구이자 미국의 대단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또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을 의식한 듯 "메르켈 총리가 책임감 있게 양국의 우정을 지켜왔다"라고도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의 방미 일정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조찬으로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관저에서 외국 정상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오전 조찬을 위해 부통령 관저에서 만났다. [EPA=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오전 조찬을 위해 부통령 관저에서 만났다. [EPA=연합뉴스]

정상회담 후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만찬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등 4명의 국가 정상이 백악관을 찾았지만 저녁 식사를 함께한 것은 메르켈 총리뿐이다.

이런 융숭한 대접은 4년 전 방문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3월 백악관을 찾았을 때는 시작부터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부터 메르켈 총리의 난민 대책을 두고 "독일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고, 그가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라고도 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관계가 돈독했던 메르켈 총리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유럽연합(EU)을 부정적으로 보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의 뜻을 표했다.

이런 와중에 오벌 오피스에 나란히 앉은 두 정상은 어색한 상황을 연출했다.
사진을 위해 악수를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끝까지 무시했다. 자신을 쳐다보는 메르켈 총리의 시선마저 외면했다.
이보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왔을 때는 같은 장소에서 19초 동안이나 악수를 해 비교가 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일부 내용이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의 책 『'나 혼자 고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의 재앙적 마지막 해』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를 "나쁜 X"라고 부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찍은 사진도 양국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G7 정상에게 둘러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메르켈 총리가 두 손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누르며 쳐다보는 모습이었는데, 무언가를 강하게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이란 핵 합의 폐기, 독일 주둔 미군 감축 등의 문제로 두 정상은 날카롭게 맞섰다.

그러다 지난해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패배로 끝나고 올 초 그의 지지자들이 벌인 의회 폭동이 벌어졌을 때 메르켈 총리는 다른 정상과 달리 뼈 있는 한 마디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감스럽게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 결과에 의심을 부추겨 이런 폭력 사태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2018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때 팔짱 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탁자를 누르며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때 팔짱 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탁자를 누르며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켈 총리는 오는 9월 연방하원의원 총선을 치른 뒤 총리직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16년의 재임 동안 4명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했고 11차례 백악관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를 두고 "나만큼이나 오벌 오피스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농담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여러 차례 "친애하는 조"라고 부르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코로나19 대응, 아프가니스탄 병력 철수, 이란 핵 협상 등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 방식, 독일과 러시아의 천연가스관 사업 '노르트 스트림-2' 등에 대해선 여전히 견해차를 보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좋은 친구들도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이 미국이 트럼프 시대의 갈등을 청산하고 더 강한 동맹 관계를 복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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