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갑을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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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열대야를 맞아 붐비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 사는 회사원 이형우(30)씨는 6일 인터넷으로 냉온 매트를 구입했다. 찌는 듯한 열대야가 며칠째 기승을 부린 때문이다. 매트 내부에 송풍팬이 장착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집에 에어컨이 있지만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쐬던 에어컨 바람을 집에서까지 접하긴 싫었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찾아 온 열대야는 소비재 업계에는 대목이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아이스 베개.방석 같은'열대야 극복용'제품은 지난 주 하루 평균 3000개 팔렸다. 장마 끝자락인 2주 전보다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밤 시간대 판매량도 부쩍 늘었다. 음료나 음식에 넣어 먹는 얼음 제품인 '돌얼음'을 파는 풀무원이 판매량을 시간대 별로 조사한 결과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매출이 전체의 30%에 달했다.

◆ 무더위 고마운 식품.유통업계=이달 중순까지 무더울 거라는 기상예보로 관련 업계는 '열대야 특수'잡기에 더위를 잊었다. 인터넷쇼핑몰은 관련 아이디어 상품을 사이트 전면에 내세웠다. 냉매를 냉동고에 넣었다가 꺼내 시원하게 쓰는 쿨 베개.얼음방석.얼음스카프 같은 제품군이 그것이다. 강아지가 시원하게 눕는'애완견용 쿨 매트'도 있다.

야식용 상품도 인기다. 과일을 통째로 얼려 만든 아이스 홍시.아이스 미니 고구마 .아이스 군밤 등이 잘 팔리는 품목들. 롯데닷컴에서 경북 청도산 홍시를 영하 30℃에서 급랭시켜 포장 판매하는 아이스홍시는 하루 500개 이상 팔린다.

맥주업계에 무더위는 더할 나위 없는 호기다. 바캉스 족을 겨냥해 카스.라거.하이트 등은 355㎖ 들이 캔 12개 또는 24개 패키지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야외에서 맥주를 시원하게 보관하는 보냉 팩이나 아이스박스를 선사한다. 빙과업체는 펜슬형 제품(일명 쭈쭈바) 판매에 주력한다. 기온이 25~30℃일 때는 콘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잘 나가지만 30℃ 이상 폭염이 지속되면 쭈쭈바 쪽으로 기호가 몰린다는 것이다.

◆ 에어컨.선풍기 없어서 못 팔아=LG전자의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량으로 늘었다. 일부 인기 모델은 수요가 폭증해 통상 7월 말로 끝나는 에어컨 생산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도 이달 들어 에어컨 판매가 3배 가량으로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5000대의 선풍기가 팔렸다. 지난달 평균보다 40% 늘어난 것. 이 회사의 박상일 계절가전 담당은 "무더위가 이달 중순까지 계속되면 메이커에 추가 주문을 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필규.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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