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수수료 갈등 해결할 '카드'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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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엔 5개 업종단체가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올해는 7월 이후 한 달 새 4개 단체가 같은 요구를 하고 나섰다.

2004년 카드수수료 분쟁이 할인점과 카드사가 맞대결을 벌인 '국지전'이었다면, 최근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면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각 업계의 수수료 인하 요구는 카드사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2004년 하반기에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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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만 나 홀로 호황"=대한출판문화협회는 3일 관련 8개 단체와 함께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 달라는 건의서를 문화관광부.금융감독원.여신금융협회 등에 보냈다. 서점의 표준수수료율이 3.6%로 타업종(평균 2.2%)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인 데다 카드 매출 비율이 30~65%여서 수수료가 큰 부담이라는 내용이었다.

협회는 "1997년 5407개였던 서점이 2005년 3429개로 급감했다"며 "국민의 교육과 교양에 기여하는 건전한 소비에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7월 24일 각 카드사에 공문을 보내 현행 2.5~2.7%인 일반의원 대상 표준 수수료율을 1.5~2.0% 수준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의협 관계자는 "환자들이 몇 천원 정도의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상황에서 높은 수수료는 의원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추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다는 입장을 세웠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업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1조374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카드사들은 2004년 1조3408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흑자(순익 3423억원)로 돌아섰다. 이 때문인지 유통업계에선 "가맹점들은 불황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카드업계는 가만히 앉아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 "수수료율, 시장에 맡겨야"=카드업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우선 출판협회 등 가맹점 단체가 나서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위법일 뿐 아니라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백영수 부회장은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가맹점의 수익성.건전성 등에 따라 차별 적용된다"며 "협회 차원에서 수수료율 일괄협상에 나설 경우 개별 가맹점에 따라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협회 등 사업자 단체는 가격 협상이나 수수료 결정에 개입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공정위에 관련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는 또 현재의 평균 카드 수수료율(2.2%)이 결코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처리결제업체(VAN)에 지급하는 비용 등이 2.2~2.6%에 이르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만으로는 사실상 적자"라고 말했다.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카드사는 결제정보처리업체에 건당 150원가량을 줘야 하기 때문에 5만원 미만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손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000년 2.92%였으나 지난해 2.2%까지 꾸준히 인하돼 왔다. 일본의 경우 평균 수수료율이 2.55%, 미국은 2.1%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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