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책상 앞에서 머리 굴린다고 아이디어 나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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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일상탈출

지난달 11일 오전 8시, 서울 논현동 씨네시티 극장 앞. 넥타이 차림, 혹은 간편복 차림의 회사원 100여 명이 삼삼오오 모였다. 광고회사 오리콤 직원들이다. 이들은 영화관 한 개 관을 통째로 빌려 '수퍼맨 리턴즈'를 관람했다. 이 회사는 올 5월부터 매달 최신 트렌드와 영상기법의 결정판인 개봉작을 함께 보면서 아이디어를 구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모임에는 광고대행 재계약을 한 업체의 실무자도 초청했다. 직원들은 영화 제목 '수퍼맨 리턴즈'에 빗대 업체의 직원들을 '광고주 리턴즈'라 부르며 한바탕 웃었다. 오리콤 고영섭 사장은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서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2='부화만사성'(部和萬事成)

지난달 6일 저녁, 서울 한강로 아모레퍼시픽 빌딩 10층 식당. 뷰티트렌드팀.기업문화팀.홍보팀 소속 50여 명이 모여 조촐한 맥주 파티를 벌였다. 매달 열리는 '굿타임 파티'다(사진). "20대 여성의 까다로운 미(美)적 관심사를 살피느라 무지 애먹고 있거든." "아모레를 널리 알리는 일은 또 어떻고." 이날은 뷰티트렌드팀 직원들이 주인이 돼 다른 팀 사원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기업문화팀 염윤희 사원은 "부서 장벽을 없애고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제격이었다"고 말했다.

기업의 회의문화가 확 달라졌다. 즐겁게 회의를 하고 회의 시간도 짧아졌다. KTF는 딱딱한 분위기의 회의실 대신 찜질방에서 휴식을 겸한 회의를 연다. 머리를 식히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을 필요가 있을 때마다 팀별로 알아서 찜질방에 간다. 팬택은 매주 월요일 회의 때 모래시계를 회의장에 놓는다. 모래시계의 시간이 다 되면 회의는 자동으로 끝난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알차게 회의를 하자는 취지다. SK텔레콤은 '2949미팅'을 한다. 회의실 예약 시스템상 회의 시간은 29분이나 49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LG전자는 '회의 자료 공유는 1시간 전, 회의 시간은 1시간 이내, 회의 결과 공유는 1시간 이내'를 원칙으로 한 '111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규칙을 위반하면 신고하는 '회(會)파라치'제도를 마련했다. 파워콤의 경우 아예 매주 목.금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2년 전부터 '해피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직원 추천으로 뽑은 20여 명 대표가 매주 모여 의견을 나누고, 직원 불만사항부터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까지 자발적으로 개선 활동을 편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회의 문화를 업그레이드하라'는 보고서에서 "가장 바람직한 회의는 100m 달리기 같은 회의"라고 제안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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