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뛰어든 아이 0.6초만에 치어…법원 “민식이법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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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중앙포토]

어린이보호구역 [중앙포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서행 중 아이를 치는 사고가 발생해도 순간적으로 짧은 시간에 벌어졌다면 운전자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차량을 몰고 대전 유성구 한 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을 천천히 가던 중 인도 쪽에서 갑자기 차로로 뛰어나온 아이를 치는 사고를 냈다. 사고 현장 주변 도로 양쪽에는 자동차들이 빽빽이 주차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당시 술래잡기 중이던 아이는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어린이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며 운전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일명 민식이법)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행 중 아이를 발견해 제동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과 차량 블랙박스 녹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공주시간’을 근거로 들었다.

공주시간은 주행 중 운전자가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을 뜻한다. 통상적인 공주시간은 0.7∼1초로 본다.

재판부는 “도로로 진입하는 아이가 블랙박스 등 영상에 출현하는 시점부터 차량 충돌 시점까지 시간은 약 0.5∼0.6초로 계산된다”며 “전방이나 좌우 주시를 잘했더라도 사고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설령 아이를 인지한 이후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단 시간 안에 제동했더라도 사고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운전 중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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