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여름휴가 열흘로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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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휴가 전문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해 여름 이미 대통령 휴가 신기록을 세웠다. 로널드 레이건이 8년간 대통령에 재임하면서 세운 휴가 기록(335일)을 4년 반 만에 깬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매년 한 달 정도를 여름 휴가로 보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휴가 기간을 10일로 대폭 단축했다. 3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으로 휴가를 간 그가 2001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6년 만에 가장 짧은 휴가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휴가를 줄인 데 대해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를 지원해야 하고, 이민법 개정 등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노 대변인은 "대통령이 현실을 무시하고 그냥 놀러간 게(gallivanting) 아니다"며 "목장에서도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시 대통령 앞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계속되는 무력 충돌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휴가를 맘 놓고 즐기지 못할 형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번 주말 목장으로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중동사태와 유엔 움직임, 이라크 상황 등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휴가를 단축한 데는 지난해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를 강타한 허리케인'카트리나'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그는 카트리나 재난 1주년이 되는 29일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카트리나가 걸프만을 덮쳤을 때 부시 대통령은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가로이 휴가를 보내다 "국가 지도자가 그럴 수 있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크로퍼드 목장 근처에 시위를 위해 조그마한 땅을 매입한 '반전 엄마' 신디 시핸은 부시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는 동안 목장 앞에 진을 치고 '이라크전 반대, 미군 철수' 구호를 외치며 부시를 괴롭힐 예정이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의 여름 휴가는 이래저래 즐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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