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의뢰=꼼수”내부서도 비판…김기현 “권익위 우선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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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가 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조사를 권한이 없는 감사원에 요청한 것을 두고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여권 인사이기에 편향성이 우려된다”며 전날(9일) 부동산 거래실태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감찰대상이 아니어서 ‘보여주기식 꼼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뉴스1

10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공개 비판이 터져 나왔다. 다만 제시하는 대안은 ①“신뢰할 만한 제3의 기관에 의뢰하자” ②“다른 당처럼 국민권익위에 맡기자” ③“특검 수사로 가자” 등으로 갈렸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 수장으로 있는 국민권익위에 맡기지 못하겠다는 결정까진 타당하다”면서도 “그렇다고 감사원이 국민의힘 산하기관인가, 감사원에서 전수조사를 받겠다고 우기고 있는 국민의힘 모습은 왠지 어설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지도부는 감사원 조사 의뢰를 조속히 철회하고 하루빨리 전수조사를 받을 수 있게 합리적인 조처를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의원도 “지금 우리가 국민께 보여드려야 할 것은 여당보다 더 엄정한 조사를 받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우리 당이 조사 의뢰한 감사원이 굳이 마다한다면 다른 곳이라도 찾아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정진석 국민의힘 군 성범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군 성범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특위’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군 성범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군 성범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특위’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다른 당처럼 국민권익위에 맡기자는 의견도 나왔다. 전날 5개 비교섭단체(국민의당·정의당·열린민주당·시대정신·기본소득당)가 국민권익위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하면서  국민의힘만 외톨이가 된 모양새다. 당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국민의힘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국민권익위에 부동산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대표 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전날 “사명감이 높은 권익위 공무원을 믿고 맡겨도 된다”(9일 기자회견)는 의견을 냈다.

특검을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가 사건의 핵심으로, 이는 특검 수사로만 밝힐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LH 사건은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판이 계속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민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하는 방안 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당 대표 대행)는 이날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당 전략회의에서 “감사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지만, 만약 어렵다고 하면 국민권익위를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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