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등 득실 '저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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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엔이 레바논에 파병할 다국적 평화유지군 구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민간인 피해가 많아지면서 다국적군을 투입해서라도 상황을 속히 끝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엔은 참여 의사를 보인 국가들을 중심으로 3일 평화유지군 구성 회의를 열기로 했다. 평화유지 활동 담당인 장 마리아 구에헨노 사무차장 주재로 열릴 이 회의에선 평화유지군 편성과 투입 시기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이집트.터키가 참여 의사를 나타냈으며, 그리스.아일랜드.아르헨티나.칠레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파병 목적은 나라마다 각각이지만 국익 추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프랑스는 1차 세계대전 직후 레바논을 위임통치한 인연이 있어 연고권 유지 차원에서 파병하려고 한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쪽이 신뢰하는 유일한 강대국이라는 이유도 있다.

독일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이탈리아도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로마노 프로디 총리의 바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와 터키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은 몇 안 되는 이슬람 국가인 데다 레바논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가 있다.

이처럼 참여 희망국이 적지 않지만 파병이 곧바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투입 시점부터 의견이 갈린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평화유지군 파병은 무의미하다"며 휴전이 이뤄진 다음에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휴전과 파병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유지군의 임무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프랑스는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거점 지역에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 완충지역에 레바논군을 포함한 어떤 나라의 군대도 못 들어가게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은 헤즈볼라가 장악해온 이 지역을 레바논 정부가 접수하도록 평화유지군이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의 병력을 파견할 것인지 등 기본 사안이라도 일단 합의해 두자"고 호소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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