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군 성추행' 은폐 의혹에 격노…"지휘라인도 엄중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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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의 사망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영정과 위패가 3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영정과 위패가 3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의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최고 상급자'와 '지휘라인'을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휘라인은 상급 지휘관을 수사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대상이 어떤 직책이나 직위에 있는 사람인지는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지휘체계 전체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과 함께 지휘체계의 문제점까지 확인하라는 뜻”이라며 “예단할 수 없지만 만약 이 과정에 국방장관이 책임질 부분이 확인된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도 물으라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 때문에 군에선 “서욱 국방장관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어떤 형태로든 지휘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시에 앞서 해당 사건에 대한 군의 조직적 회유와 은폐가 시도됐다는 정황에 대한 구체적 보고를 받았다. 보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군의 신뢰하락 문제와 관련해 격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용서가 되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하며 화를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2일 저녁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2일 저녁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엔 이날 오후까지 32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 서명을 했다. 청원글이 한 달 이내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나 정부부처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하도록 돼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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