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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피해복구 한달] 불황 겹친 지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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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2일 오후 부산 송도해수욕장 횟집촌.

예년 이맘때면 가을 회맛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평일에도 북새통을 이뤘지만 이날은 일요일인데도 한산했다.

불경기로 손님의 발길이 줄어든 데다 태풍 '매미' 때 피해를 본 60여 업소 중 복구를 끝내고 영업을 재개한 곳이 20여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여개 업소는 아예 복구마저 포기한 듯 자물쇠로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귀빈횟집 주인 김종배(39)씨는 "회맛이 좋은 이맘때 장사를 잘해야 1년을 먹고 사는데 아직 복구를 못했다"며 한숨지었다.

태풍 '매미'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곳은 이곳뿐 아니다.

7백71개 입주업체 중 3백31개가 6백억원의 피해를 입은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도 정상을 되찾은 듯한 겉모습과 달리 깊게 팬 주름살을 펴지 못하고 있다.

정밀기계가 물에 잠긴 J사는 아직 가동률이 60% 정도에 그쳐 지난달에만 수십억원의 피해를 봤다. 구김방지용 의류업체인 Y산업의 경우는 침수됐던 2공장을 아직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입주업체 중에서도 전자부품 업체인 I사가 시험가동조차 못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2곳이 공장을 놀리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재래상가는 2백30여개 점포 중 매미가 지나간 뒤로 다시 문을 연 곳이 70여곳 뿐이다. 1백60여곳은 한달이 넘도록 장사를 못하고 있다.

철암재래시장 박우형조합장은 "태백시 주민 대부분이 수해를 당했는데 주머니를 열 여력이 있겠느냐"며 "수해 이후엔 시장에서 사람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보니 상인들이 아예 장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울릉도는 '매미' 이후 관광객 발길이 끊기다시피한 상태다. 울릉군 관계자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여파로 관광객이 몰려 매미 이전까지 예년보다 2만여명 더 많은 17만명이 다녀갔으나 매미 이후엔 관광객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강진권.홍창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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