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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g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전립선 질환

중앙일보

입력


'여성의 나이는 주름으로 오고 남성의 나이는 화장실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들만의 남모를 속병은 오줌발에서 시작된다. 씩씩하게 치솟던 것이 점차 가늘어지다가 급기야 덜 닫힌 수도꼭지처럼 찔끔거리고, 보고 난 뒤에도 영 개운치 않게 된다. 그 주범이 전립선 질환이다. 전립선은 생식 기능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관이지만 40대가 넘으면 염증·비대증·암으로 고통을 안겨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20g의 밤톨만 한 크기인 전립선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우리나라 전립선암 증가율은 단연 1위. 조사에 따르면 20년간 2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고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년 남성들 단골 질환서 이젠 20~30대, 심지어 청소년 수험생들에게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꾸준한 예방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전립선 질환=더러운 병'이라는 기존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20~30대도 예외없다-전립선염

▲증상 : 전립선염은 남자 두 명 중 한 명, 비뇨기과를 찾는 환자 20% 이상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감염돼도 잘 모르고 지내다 과음·과로·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치 요도염 증상처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전립선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표 참조). 과거엔 만성 비세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최근 세균성 전립선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직업상 오래 앉아 있는 IT업계 종사자·운전 기사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치료 : 전립선염은 여려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진행 과정과 증상이 모두 천차만별이다. 치료 역시 증상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로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초단파 온열·튜나 요법·물리 치료도 사용된다. 일단 전립선염으로 판정이 나면 세균·염증 유무에 관계없이 4~12주간 항생제를 투여한다. 세균성인 경우 약물로 효과적이지만, 비세균성은 치료가 까다롭고 잘 낫지 않으며 증상이 완화했다가 다시 심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환자 중엔 우울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염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더러운 병으로 인식, 감추다 제때 치료하지 못해 만성으로 굳어지는 경우"라며 "완치의 개념보다 평소 규칙적 운동과 꾸준한 온수 좌욕 등으로 관리가 더 중요하다"라고 조언한다.

■40~50대에 커진다: 전립선 비대증
 
▲증상 : 말 그대로 전립선이 커지면서 소변을 보기 힘들어지는 질환이다(그림). 심한 경우 귤 크기 정도로 커진다. 커진 전립선은 요도를 압박해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찝찝한 잔뇨 증세가 나타난다. 하룻밤에 많게는 4~5회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전립선 비대증은 지속적 폐색에 의해 만성 요로 폐쇄가 유발되고, 심하면 방광이 지나치게 팽창돼 방광 기능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드물게 방광 결석·신장 기능 상실·요로 감염 등으로 이어진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직접 전립선을 만져 보는 직장 수지 검사로 간단하게 판별한다.
 
가족력과 육류 위주의 식생활 영향과 함께 고령에 따른 남성 호르몬 분비 저하가 비대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치료 :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약물요법·수술 등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엔 약물 치료로도 효과가 있다. 요도의 압력과 긴장을 낮춰 주거나 전립선 크기를 줄여 주는 약물이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점점 커지게 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최근엔 다양한 수술 요법의 개발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가장 보편화한 수술 요법이 경요도절제술. 요도를 통해 도관을 삽입한 후 전립선을 잘라내는데 효과가 좋아 전립선 수술의 95%를 담당한다. 최근엔 레이저 치료 등의 최소 침습 치료법이 많이 개발됐으나 비용과 효과면에서 아직은 뚜렷한 장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60대 소리 없는 침입자 : 전립선암

▲증상 : 전립선 비대증과 전혀 다르다. 흔히 비대증이 전립선암 초기 증상 쯤으로 생각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립선암은 독자적으로 발생하므로 비대증과 관계가 없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진행 속도가 느리고 치료가 잘되는 좋은 암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면 암세포가 커져 있거나 전이된 경우가 많다. 특히 골반뼈나 척추뼈로 전이된 경우 심한 통증이 동반되고 치료율도 매우 낮다.
 
▲치료 : 환자의 암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방사선요법·호르몬 치료를 시행한다. 적립선 적출술은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요실금·발기 부전 등 후유증이 따른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도입한 로봇 수술은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카메라가 수술 시야를 10~15배 확대시켜 주고, 손 떨림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이용해 정확하게 절단·봉합을 할 수 있기 때문. 실제 수술 환자중 72%가 1개월 만에 소변 조절이 가능했고 3개월 만에 45%에서 발기력 회복이 나타났다고 학회에 보고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전립선암 수술의 30%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으나 국내에는 세브란스병원 한 곳에 도입돼 있다. 1500만원의 고가 수술비가 부담이다.
 
전립선암 초기 진단에 PSA(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가 매우 유용하다. 요즘 대부분의 종합 검진에 PSA 검사가 포함돼 있지만 검사가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해 가까운 병원에서도 쉽게 받을 수 있다. 나 교수는 "기름진 육류를 멀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피해야 할 뿐만 아니라 5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정도 반드시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도움말=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조강선 웰빙비뇨기과 원장

■한국인에 맞는 전립선암 예방 수칙
1. 50대 이상 남성은 매년 정기검사를 받는다
2.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40대부터 검진이 필요하다.
3. 된장·두부·청국장 등 콩이 많이 든 음식을 즐긴다.
4. 동물성 고지방식을 피한다.
5.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한다. 특히 토마토를 익혀서 먹는다.
6. 한 번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운동한다.

<팁>
여성 비뇨기 질환 전문 치료 센터 오픈
강북삼성병원 국내 첫 '웰빙케어링센터'

여성들에게도 비뇨기 질환은 감추고 싶은 '성역'이다. 많은 여성이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지만 드러내 놓기를 꺼린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강북삼성병원이 여성 비뇨기 질환만 전문으로 치료하는 '웰빙케어링센터'(www.wellbeingcc.org)를 국내 처음으로 열었다.
 
이곳은 요실금 클리닉·골반 재건술 클리닉·레이저 부인과 성형클리닉 등 최첨단 의료 서비스와 건강 유지와 예방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진료·검사·치료실을 한곳에 집중 배치해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웰빙케어링센터장을 맡은 이교원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치료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에 역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다음 회에는 <입속의 건강 지키기>를 다룹니다.

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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