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의심. 남자 운전자. 술 냄새가 났다. 여자와 같이 탔다'
지난해 5월 20일 오후 10시 58분쯤 인천시 남동구 일대에서 순찰차를 타고 근무하던 A경위(56)는 이러한 음주운전 사고를 접수한다. 그런데 음주운전 의심으로 신고된 차량이 A경위 자신 차량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고, 종종 자신의 차를 타고 다닌 아들에게 곧바로 전화했다. 바로 아들이었다.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를 접수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동료들까지 속인 경찰 간부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4단독 재판부는 직무유기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인천 남동경찰서 소속 A경위에게 이러한 형량을 선고했다.
A경위는 여자친구를 차량에 태우고 음주운전 중인 아들에게 "지금 신고가 들어와 경찰관들이 수색 중"이라며 "집 주변에 주차하지 말라"고 알려줬다. 또 순찰차에 타고 있다가 112 신고내용을 함께 들은 동료 경찰관 2명에게는 "신고된 차를 운전한 아들이 직접 지구대로 오기로 했다"고 속였다. 순찰팀장인 A경위의 지시에 따라 동료 경찰관들은 아들 사건을 조사하지 않고 지구대로 복귀했다.
사건 발생 뒤 A경위는 사건 처리 시스템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사고 다음 날 새벽 팀원 B순경의 아이디를 사용해 112 신고 사건 처리 시스템에 몰래 접속한다. 아들의 사고 사건에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 '불 발견'이라고 입력하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인 A경위가 아들의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게 할 목적으로 112 신고 정보를 유출해 직무를 유기했다"며 "사건 처리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해 죄질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고인의 아들이 음주운전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했다"며 "피고인이 30년간 나름대로 성실하게 경찰관으로 근무했고 국무총리 모범공무원 등 여러 표창을 받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