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아동 신속한 치료 논의는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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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의 초등학생 허모양 사건은 온 사회를 놀라게 했다. 사건 직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아동 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16일에도 국회 법사위는 성폭력 관련 법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자칫하면 평생 큰 후유증을 안고 살아갈 피해 아동에 관한 대책은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해바라기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아동 성폭행은 은밀히 반복적으로 오랜 기간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가족이나 주변에서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성폭행 당한 어린이는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해야=성폭력을 당한 아동은 폭행 기간이나 사고 당시 연령, 방치 기간, 주변의 반응 등에 비례해 우울증, 정서불안, 인격장애, 부적절한 성충동, 자살 기도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황준원 교수는 "가해자 처벌보다 피해자 응급치료가 우선"이라며 "얼마나 빨리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해 주느냐에 따라 후유증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박혜영 사회복지사는 "아이가 평상시와 달리 불안.초조.악몽 등 정서 변화를 보이거나, 또래와 놀 때 파괴적.공격적 행동, 성행위 묘사 등을 하면 즉시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사실이 확인됐을 때 주변 사람들은 "왜 이제야 말하니?" "그 아저씨는 왜 따라갔어?" 등 비난투의 말을 삼가야 한다. 아이에게 '내 잘못인가 보다'란 자책감만 더해줄 뿐이다.

◆ 피해 아동 대책은 뒷전=현재 정치권에서는 친고제 폐지와 공소시효 폐지, 전자팔찌제 도입, 신상 공개 확대 등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 가해자 처벌과 관련된 것이다.

문제는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피해 아동 대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 정도다. 사실 피해 아동을 상담하거나 치료해 줄 전문가도 태부족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는 아동 성폭력 전문 상담기관은 해바라기아동센터 등 전국에 3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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