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55.9%인데 부산 27.9%···화이자 접종만 지역별 격차,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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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만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가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30일 오전 서울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만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가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자가 3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화이자 백신의 지역별 접종률 격차가 최대 2배 가량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만 75세 이상에 대한 화이자 1차 접종을 사실상 중단하고 당분간 2차 접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접종률이 저조한 지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누적 백신 접종자는 1차 305만6004명, 2차 19만8734명으로 나타났다. 추진단은 “어제도 24만 명 가량이 추가로 접종하며 하루 최대 접종실적을 다시금 갱신해 300만 명 접종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접종 통계를 뜯어보면 지역별로 격차가 컸다. 전국에서 화이자 접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시다. 1차 접종률 55.9%, 2차 접종률 13.3%다. 세종의 코로나치료병원 직원, 만 75세 이상, 노인시설 종사자ㆍ직원 등 화이자 접종 대상은 2명 중 1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접종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부산으로 1차는 27.9%, 2차는 4%에 불과했다. 그 다음으로 접종률 낮은 곳은 서울로 1차는 30.8%, 2차는 4.8%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접종률은 지역별 격차가 화이자만큼 벌어지지 않았다. 접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으로 73.9%이고,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으로 60.5% 였다.

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지역별 접종률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지역별 예방접종센터 개소 시기나 지자체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 접종 대상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 75세 이상에 대한 접종은 지역접종센터에서 이뤄지는데 센터 개소가 늦은 지역은 그만큼 백신 접종이 더디다는 얘기다. 지역접종센터는 지난 4월 1일 49개를 시작으로 71개(8일), 175개(15일), 204개(22일), 257개(29일)로 늘어났다.

추진단 관계자는 “화이자 접종을 두고 지자체 경쟁이 벌어졌다. 화이자를 먼저 맞추겠다고 난리가 났다. 초반에 접종센터를 열고 공격적으로 접종한 지역은 그만큼 물량도 많이 배정이 됐고 센터를 늦게 연 곳은 그만큼 처진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백신 공급이 부족해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고 항변한다.

접종률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정부가 당분간 2차 접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각 지자체에 5월부터 1차 접종을 자제하라고 통보하자 접종률이 저조한 지자체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지난 28일 예정됐던 화이자 백신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부산 내 16개 접종센터는 앞으로 일주일 이내 보유 중인 백신이 모두 소진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중구의 경우 그나마 배정받은 화이자 백신 중 195바이알(1170회분)을 전북 순창에 보내야 한다며 다시 반납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라며 "화이자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 2차 접종 대상자가 제때 접종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지자체 입장에선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접종 300만명’ 목표 달성을 위해 접종 독려에 나섰다가 다시 “당분간 신규 접종이 어렵다”고 안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지역 접종센터는 이번주에 문 열었는데 우리가 늦게 열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백신 공급이 늦어진 탓이다. 백신이 없는데 센터만 열어봐야 할 일이 없지 않나. 백신 배정 이후 센터 문을 연 것인데 지자체 역량 때문에 접종률이 낮은 것이라 탓할 일이냐"라고 말했다.

5~6월 국내에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은 모두 500만회분이다. 이 중 5월에 들어오는 물량은 175만회분. 이 가운데 4월에 1차 접종한 121만6749명에게 순차적으로 2차 접종하고 나면 1차 접종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백신은 50만회분 남짓이 된다. 화이자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지역별 격차는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스더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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