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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이 51만원 벌어줬다" 신안 주민 마음 풀리게한 배당금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게 해주면 배당금을 준다더니 정말로 돈이 나왔습니다.”

주민 2935명, ‘배당금’ 4억2000만원 지급

26일 오후 2시께 전남 신안군 안좌면 자라도. 한 경로당 앞에서 만난 주민이 ‘신안군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배당금’을 수령한 후 한 말이다. 신안군은 이날부터 안좌도와 자라도 주민 2935명에게 1인당 최대 51만원 상당의 태양광 발전 배당금을 지급했다.

26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대척마을 주민이 신안군청으로부터 지급받은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배당금'을 보이며 웃음짓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6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대척마을 주민이 신안군청으로부터 지급받은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배당금'을 보이며 웃음짓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앞서 신안군은 2018년 10월 지역주민과 태양광 사업자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태양광 개발이익을 사업자가 모두 갖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나누는 게 조례의 핵심이다. 자라도의 경우 민가에서 500m 안팎의 거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나온 수익금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첫 신재생 이익 공유…年 204만원 준다 

26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자라도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 집적화 단지. 프리랜서 장정필

26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자라도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 집적화 단지. 프리랜서 장정필

‘태양광 발전 배당금’은 지난해 12월부터 안좌도와 자라도에서 가동된 120MW급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나온 수익금 중 일부다. 조례에 따라 전체 수익의 30%인 4억2000만원이 주민들에게 지급된다.

자라도 주민 김성학씨는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 때문에 불편하고 환경오염도 우려됐지만, 배당금으로 나눠주니 반기는 주민들이 많다”며 “앞으로 더 배당금이 나온다고 하니 생활용품이나 농번기 자금에 유용하게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전국 최대 규모의 천일염 생산지로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이다. 일조량이 많을수록 생산성이 높은 태양광 발전시설이 입지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신안의 경우 소금값이 떨어지면서 지역 내 소금산업이 쇠퇴하자 빈 염전을 태양광 발전시설이 채워가면서 지역주민과 개발업자의 갈등이 빈번히 일어났다.

태양광 배당금 도입 왜?

26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대척마을 주민들이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배당금'을 지급받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6일 전남 신안군 안좌면 대척마을 주민들이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배당금'을 지급받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안군의 입장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면서도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신안군은 발전량에 따라 주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례가 제정되던 2018년 10월 기준 신안군에는 태양광발전 1830건(853MW), 해상풍력발전 15건(4280MW) 조성이 신청됐다. 이는 정부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목표량(48.7GW)의 약 11%(5.6GW)에 달하는 규모다.

신안군 관계자는 “기존 태양광 발전은 대부분이 대기업 또는 외부자본이 개발해 막대한 이익만 가져가는 구조였다”며 “태양광 발전 입지에 따른 지가 하락 등 피해보상의 개념도 없어 태양광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다”고 말했다.

지자체 주도형 태양광 집적화

거주지가 집적화 단지와 가까울수록 배당금 액수도 크다. 발전시설로부터 500m 이내에 위치한 가구는 1인당 매년 204만원, 1㎞ 이내는 136만원, 1㎞ 이상은 68만원을 배당받는 형태다. 배당금은 현금이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안군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된다.

26일 박우량 신안군수가 전남 신안군 안좌면 대척마을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배당금' 지급처를 찾아 태양광 발전 개발이익 공유 사업에 참여해 준 주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6일 박우량 신안군수가 전남 신안군 안좌면 대척마을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배당금' 지급처를 찾아 태양광 발전 개발이익 공유 사업에 참여해 준 주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재생에너지 배당금은 점차 신안군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신안군은 올해 말부터 지도(100MW)와 사옥도(70MW)의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나온 수익금 중 일부를 주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내년에 안좌면에 204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추가 완공되고 임자면과 증도면에는 각각 100MW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선다. 오는 2023년에는 비금면에 300MW, 신의면에 200MW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신안군 전역으로 태양광 확대

신안군은 지자체 주도형으로 태양광 집적화 단지를 조성 중이다. 주민들은 신안군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협동조합’에 가입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참여한다. 이는 소규모 난개발 때문에 일어나는 주민과 사업자 간 갈등을 줄이고, 체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신안군은 보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2030년까지 8.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면 연간 3000억원의 주민소득이 생기고, 군민 1인당 연간 600만원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라며 “사업자가 모든 개발이익을 갖지 않고 군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안=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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