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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질환' 5분에 1명 발생, 15분에 1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추운 겨울철 나이 많은 남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만 인식돼 왔던 뇌졸중 등의 뇌혈관질환이 최근 들어 계절,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을 '뇌건강의 해'로 선포한 대한뇌혈관외과학회(회장 허승곤)가 5일 그동안의 관련 자료 분석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뇌혈관질환의 6가지 새로운 경향'이라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허승곤 회장은 "뇌혈관질환은 5분마다 1명씩 환자가 발생하고, 15분마다 1명씩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유병률과 치사율이 높은 질환"이라며 "특히 사망률 1위 질환인 뇌졸중은 후유증이 심각해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 및 사회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여성 뇌혈관질환자 급증

학회가 최근 전국 8개 대학병원에서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1천996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비율이 61.9%로 남성환자(760명)보다 훨씬 많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늘어나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나온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뇌혈관질환 중 하나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서도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여성사망확률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현재 45세 여성이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17.84%로, 암(癌)으로 인한 여성 전체 사망확률 15.52%보다 높아 전체 여성사망확률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남성의 경우 암으로 인한 사망확률(45세-28.39%, 65세-26.73%)이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확률(45세-15.26%, 65세-16.22%)보다 크게 높은 것과 대조적인 것이다.

허 회장은 "여성이 뇌혈관질환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젊은 사람도 안심할 수 없다

뇌혈관질환의 발병 연령층 역시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뇌동맥류 환자만 보면 40~60세의 중장년층이 54.7%, 60세 이상이 32.6%, 39세 이하가 12.7% 등으로 분석됐다. 평균 발병연령은 53세였다.

특히 뇌혈관 기형 등으로 인한 뇌출혈은 10~30대에 주로 발병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 역시 뇌혈관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 서구형 뇌졸중 '뇌경색' 급증

또한 과거 관리를 하지 않는 고혈압 환자가 많았던 시절에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이 많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에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비율이 전체 뇌졸중의 70~80%로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예전과 다른 변화로 꼽혔다.

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해 2000~2005년 사이의 뇌혈관질환 요양급여비를 분석한 결과,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으로 지출된 요양급여실적은 2000년 2천121억원에서 2001년 2천292억원, 2002년 2천509억원, 2003년 3천248억원, 2004년 3천500억원, 2005년 4천억원 등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뇌경색 청구건수는 2000년 6만3천606건에서 2001년 6만9천241건, 2002년 8만2천182건, 2003년 10만3천778건, 2004년 12만290건, 2005년 3.4분기 현재 9만5천875건 등으로 급증, 뇌출혈보다 4배 가량 많았다.

허 회장은 "뇌경색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고지혈증에 따른 동맥경화 환자가 많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뇌졸중은 계절이 따로 없다

뇌졸중 등의 뇌혈관질환은 보통 11~2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특정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추세라고 학회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들은 1년 내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학회는 당부했다.

◇ 재발방지를 위해 외과적 예방치료가 좋다

그동안 뇌혈관질환에 대한 외과적 치료는 주로 뇌졸중 발병 후 치료 목적으로만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뇌출혈, 뇌경색 등이 발병하기 전에 조기검진을 통해 이뤄지는 '뇌동맥류 결찰술', '뇌혈관 문합술' 등의 적극적인 외과적 치료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 무증상 뇌경색 환자가 증가한다

학회는 뇌졸중 입원 환자의 약 11% 가량이 발병 이전에 '무증상 뇌경색'을 경험한 환자들임을 감안하면 뇌졸중의 발병과 재발을 막고 증상개선을 돕기 위한 '예방적 차원의 외과적 치료'도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뇌출혈, 뇌경색 등의 뇌혈관질환은 치사율과 후유증이 높은 질환임에도 조기 응급처치에만 초점이 맞춰져 발병자체를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뇌졸중 발병으로 인한 사망률과 반신마비 등의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진단을 통해 뇌졸중 발병자체를 예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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