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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흥미진진 SKT 인적분할…태원이형, 일단 한번 믿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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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인적분할, 중간지주회사, 자사주, IPO, M&A. SK텔레콤이 14일 회사를 둘로 쪼갠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주가에 호재냐, 악재냐를 따지기 위해 분석할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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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론적으로 앤츠랩의 분석은? 일단 호재다! 다만 그 판단이 ‘최태원 회장이 설마 모양 빠지는 일을 저지르진 않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에 상당 부분 근거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쪼개면 커진다, SK텔레콤

· 저평가 ‘통신업’ 굴레 벗어나려 승부수
· SK(주) 합병 없다면 SKT 주가엔 O.K
· 웨이브, 11번가 같은 비통신 자회사 성공이 성장 열쇠

SK텔레콤이 회사를 둘로 쪼갭니다. 분할되는 회사 이름은 미정인데, 편의상 T1(사업회사·존속법인), T2(투자회사·신설법인)이라고 할게요. T1은 통신사업을 하면서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둡니다. T2는 중간지주회사인데, 자회사로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가 소속됩니다(원스토어·웨이브도 T2로). 6월 이사회→8~9월 주주총회→11월 분할&상장. 이번 분할은 인적분할이라, 기존 SK텔레콤 주주들은 T1과 T2 주식을 모두 받게 됩니다.

이론적으로 회사를 분할한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실제 인적분할을 마치고 다시 상장했을 때 시가총액이 늘어난 기업도(2017년 현대중공업, 올 1월 대림산업) 있지만 오히려 분할 직후에 떨어졌거나(2018년 효성), 별 변화 없었던(2019년 두산) 사례도 있습니다.

SK텔레콤의 경우엔 어떨까요. 앤츠랩은 T1과 T2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지금(25조원)보다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크게 두가지 면에서 그렇습니다.

자회사 가치 재평가=통신업은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이죠.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상태라 성장이 막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적분할을 하면 비통신 자회사(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웨이브·티맵모빌리티·원스토어)를 거느린 T2는 ‘통신업’ 굴레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것만으로 플러스.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게다가 T2는 비상장 자회사가 줄줄이 IPO 예정이고(2021년 원스토어·ADT캡스, 2022년 11번가, 이후 웨이브·티맵모빌리티), 반도체 관련 M&A에 나설 거라는 점이 투자 포인트. 아울러 “T2 주주에 아마존이 전략적투자자로 들어올 수 있다”는 박정호 사장의 언급까지 나오면서 기대감 업.

자사주 소각 가능성=사실 ①보다는 ②가 주가엔 더 중요합니다. 꽤 복잡한 스토리지만 최대한 간단히 설명할게요.

한동안 의심이 컸습니다. '이게 다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려는 작전'이라고요.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 지분은 없고 SK(주) 지분만 18.4% 보유했는데요.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하면 자사주의 마법(원래 의결권 없는 자사주가 인적분할을 하면서 '뿅'하고 의결권이 생기는 것)과 현물출자, 주식교환 같은 재벌들의 전매특허(?) 수법을 통해 SK(주)의 T2 지분율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거라고 많이들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끝은 'SK(주)와 T2의 합병'이란 시나리오.

동시에 일부 '합병론자'들은 이렇게도 의심했죠. ‘합병할 때 최태원 회장 지분율을 최대한 지키려고 하겠지? 그럼 T2 주가를 일부러 낮게 가져가겠네? SK텔레콤 주주가 호구냐?!’.

그런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주)와 합병 계획이 없다”고 14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이런 의심이 사그라들었습니다(단, ‘계획 없다’이지 ‘안 한다’는 아님). 적어도 2~3년 안엔 합병하지 않을 거란 안도감! 사실 요즘 세상에 자사주로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 게 웬 말인가요. ESG 경영에도 어긋나고, ‘대한상의 회장’ 타이틀과도 걸맞지 않는 ‘꼼수’로 지적 당할 게 뻔합니다. “언젠간, 아마도 10년쯤 뒤엔 합병할 수 있겠지만 2~3년 안엔 아니다. 따라서 지금 주가 변수는 아니다”(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라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

더 나아가 SK텔레콤이 자사주(11.7%)를 소각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인적분할안을 주총에서 통과시키려면 주주들의 찬성표가 필요한데요. 어차피 합병도 안 할 거라면,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들에게 시원하게 쏘지 않겠냐는 해석입니다. 만약 자사주를 전부 소각한다면? 이론적으로 주가 12% 상승요인(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입니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에 SK텔레콤 주가는 무려 6년 만에 30만원 선을 돌파했는데요. 분할·상장 예정인 11월까지는 이 이벤트가 가장 주가에 크게 작용할 겁니다.

물론 사업 내용을 뜯어보면. OTT(웨이브)나 이커머스(11번가),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분야는 SK텔레콤 자회사들이 업계 1위도 아닐 뿐더러, 경쟁도 아주 치열합니다. 아마존(11번가), 우버(티맵모빌리티)와 손 잡고 판을 뒤집으려 분투 중이긴 하지만, 쉽지 않죠. 지배구조와 함께 회사 체질도 확 달라져야 할텐데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진짜 달라지려나? 일단은 '기대감'이 밀어올릴 주가

이 기사는 4월 19일 발행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앤츠랩의 더 많은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https://maily.so/antslab 에서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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