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 고쳐 주세요"…별걸 다 물어보는 119신고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텔레비전이 고장 났어요."
지난달 31일 오전 6시 47분쯤 119 상황실로 걸려온 전화 내용이다. 119 접수 요원은 황당한 마음을 추스르며 “AS센터에 전화해서 수리 신청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안내했다.

17.5초당 한 번 울리는 신고 전화 

경기도 소방이 안내·민원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올해 1~3월 접수된 119 신고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현장 출동 요청 신고보다 안내·민원 등 비출동 신고가 더 많았다.

전체 44만4262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 44만2975건과 비슷한 수준(0.3% 증가)이었다. 하루 평균 접수되는 신고는 4936건으로 17.5초당 한 번꼴로 전화벨이 울린 셈이다. 신고 유형별로는 화재·구조구급 등 현장 출동 요청 신고가 19만 7865건(44.5%)이었다. 구급 신고(13만5646건)가 현장출동의 68.6%를 차지했다. 화재 신고(2만7772건), 구조 신고(2만7343건)가 뒤를 이었다.

119에 약국 위치 등 물어

안내·민원 등 비출동 신고(24만6397건)가 경기도 소방 전체 신고 건수의 55.5%였다. 특히 안내·민원 전화는 지난해(12만5292건)에 비해 올해(13만8282건) 10.3%(1만2990건) 늘었다.

2018년부터 유관기관이나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는 동물 사체 처리나 동물 구조 요청은 여전히 소방으로 접수됐다. '현관문을 열어달라'는 취객의 요구나 동네 약국 주소 위치, 동파·정전·누수 신고 등도 이어지고 있다. 소방은 업무와 관련 없는 신고 전화는 관련 기관 등으로 안내하고 있다.

장난 전화는 지난해 같은 기간 37건에서 올해는 25건으로 줄었다. 무응답(5만4021건), 오접속(3만5906건) 역시 지난해보다 각각 1만6651건, 9518건 줄었다. 연락 두절과 범죄피해 의심 등을 이유로 위치추적 의뢰하는 신고 전화는 지난해 1~3월 479건에서 올해 542건으로 13.1% 늘었다.

조창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장은 "장난 전화 등은 줄었지만, 소방 업무와 상관없는 안내·문의 전화가 증가하고 있다"며 "소방이 꼭 필요한 곳에 출동할 수 있도록 긴급한 경우에만 119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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