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별·부도·실직·재난에 의한 급성 스트레스

중앙일보

입력

사랑하는 이와의 갑작스런 이별, 사업 실패, 그리고 예기치 않은 재난…. 우리는 살아가면서 최소한 한 두번씩 충격적인 사건에 맞닥뜨린다. 이때 인체는 혈압상승·복통·가슴 통증과 같은 경고음을 울리며 시한폭탄처럼 위태로워진다. 식음을 전폐한 채 드러눕는 일도 흔하다. 만성 스트레스와는 달리 위기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갑자기 불어닥친 급성 스트레스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급성 스트레스가 나타나면=스트레스란 어떤 자극에 의해 심신의 긴장이 고조된 상태. 이때 체내에선 자율신경계가 자극을 받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즉 교감신경이 흥분해 심혈관계 장기나 소화기관이 즉각 반응을 일으킨다. 맥박.혈압.체온의 증가, 소화기능 위축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감정이나 정신상태도 변화를 일으켜 매사 집중을 못 하고 감정의 기복도 커진다.

<표 참조>

이런 반응은 자극의 강도.기간에 따라 달라지며 개인차도 크다. 즉 동일한 스트레스 상황이라도 개인의 성격 등에 따라 심신의 반응도 천양지차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완벽을 추구하고, 과장되고 경직된 사고를 가진 사람, 매사를 비관적.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일중독증 성향이 있는 사람은 급성 스트레스성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들려준다.

#어떤 장기가 취약한가=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장기는 심혈관 계통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는 "혈압이 120/80㎜Hg 이하로 정상이던 사람의 수축기 혈압이 200㎜Hg 이상으로 올라가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스트레스성 심근염으로 위험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자식이 죽거나 큰 돈을 떼인 후 '화병으로 사망했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스트레스성 심근염은 스트레스성 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이 독성작용을 일으켜 심장의 밑바닥 근육만 뛰고 심장 윗부분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병이다.

고혈압.심장병.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노인인 경우엔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대동맥이 박리되거나, 심장 부담 증가로 심부전(心不全)에 잘 빠지기 때문. 또 심장에 동맥경화가 진행된 환자라면 혈관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죽상경화판이 파열돼 협심증.심근경색증도 발생한다.

소화기 장애도 잘 일으킨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스트레스 충격으로 위장을 보호하는 점액질 분비가 적어져 위 여기저기가 허는 다발성 궤양염이 빈발한다"고 밝힌다.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장운동이 위축된다. 속이 더부룩해지고 입맛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변비.설사가 심해지는 과민성 대장염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스트레스 대처법=스트레스는 우울증, 감정 이상, 충동적 행동, 공격성 등과 관련된 세로토닌.도파민 등의 물질분비도 증가시킨다. 이런 상황에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불안.우울.분노.좌절 등의 정서적 반응도 나타난다. 결국 충동적 행동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성도 증가해 큰 사고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때는 위기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만성 스트레스와 달리 환자의 증상에 따라 응급 처방을 해야 하는 것. 즉 혈압이 높아지면 혈압 조절을, 위궤양이 발생하면 궤양치료를 받아야 한다. 식음을 전폐할 정도면 영양공급이 우선이다.

정서문제 역시 증상별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예컨대 우울증에는 항우울제를, 불안증엔 항불안제를 복용해야 하며, 불면증이 심할 땐 단기간 수면제 치료가 필요하다. 이후 정신과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