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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노동자 과실로 위장했나”…현장 훼손 의혹 사업장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북부노동지청, 자동차 부품업체 압수수색 

압수수색하는 노동지청 관계자. [사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

압수수색하는 노동지청 관계자. [사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

부산에서 처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노동청이 회사 사업장을 압수 수색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기업체 압수 수색은 지금까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등 노사 관련이 대부분이었다.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은 15일 오전 부산 사상구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A사를 압수 수색했다. 리프트(승강기)를 타다 추락해 노동자 1명이 숨진 중대 재해 발생 원인이 노동자에게 과실에 있는 것처럼 재해현장을 훼손하고 위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A회사 직원은 20여명이다.

“중대 재해 현장 위장 확인 차원”

 이 회사에선 지난해 12월 3일 제품 검수·출하업무를 하던 노동자 B씨(40대·남)가 제품운반용 리프트(승강기)를 탑승했다가 리프트 운반구의 쇠줄(와이어로프) 끊어지면서 운반구와 함께 공장 바닥으로 추락해 현장에서 숨졌다. 지상에서 5.8m까지 오르내리는 이 리프트는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이 회사 관리자들은 B씨가 리프트 주변에 적재해둔 제품 팔레트 위에 올라가서 검수작업을 하다가 제품과 함께 바닥에 추락해 사고가 난 것으로 처리했다. 즉, B씨의 과실로 사고가 난 것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압수수색하는 노동지청 관계자. [사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

압수수색하는 노동지청 관계자. [사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

 노동지청은 사고 뒤 현장 폐쇄회로 TV(CCTV) 영상 등을 분석해 B씨가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리프트에 탑승했다가 사고가 난 사실을 확인했다. 노동지청 관계자는 “회사 관계자가 이 사실을 부인해 사고 원인을 입증하는 증거를 추가 확보하려고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지청은 디지털포렌식팀을 동원해 회사 대표 등의 휴대전화, PC 하드 장치에 저장된 관련 자료와 경리 장부 등을 확보했다. 노동지청은 압수 수색 자료를 분석해 범죄사실이 입증되는 대로 회사 대표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범죄사실 입증해 검찰 송치 예정 

 정윤진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장은 “산재 사고 사망자 20% 감소를 목표로 모든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고, 내년 1월 27일 중재 재해 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사고원인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행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질”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시행될 중대 재해 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산재 사고로 숨질 경우 징역 1년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2명 이상 숨질 경우 가중처벌하게 돼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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