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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엔 무해" 감염 안 되는 기생충 알 검출

중앙일보

입력

국산 김치와 배추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지만 안전성에는 거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출된 알 모두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 미성숙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중국산 김치에서 검출된 기생충 알 역시 미성숙 상태여서 인체에 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성급한 발표가 국민의 불안감만 키운 꼴이 됐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산 배추김치 502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16개 제품(3.2%)의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3일 발표했다. 16개 회사가 사용한 중국산 고춧가루 2건과 양념 1건에서는 기생충 알이 나오지 않았다. 중국산 김치에서는 지난달 21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모두 23개 수입회사의 30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 알 가운데 회충 알은 4개 제품에서, 개.고양이 회충 알은 9개 제품에서, 종류를 알 수 없는 기생충 알은 3개 제품에서 각각 나왔다. 4개 제품의 김치에서 나온 회충 알은 사람 것인지, 돼지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대 수의대 윤희정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의 회충 감염률(0.05%)이 낮기 때문에 돼지 배설물을 거름으로 써서 생긴 돼지 회충 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돼지 회충 알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

식의약청은 또 국내 농산물 집하장에서 수거한 국산 배추 165건 중 8건에서 회충이나 개.고양이 회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 알 역시 미성숙 상태이거나 죽은 알로 밝혀졌다.

식의약청 김명현 차장은 "이번에 검출된 회충 알이나 개.고양이 회충 알은 모두 자충포장란(애벌레가 들어 있는 알)이 되기 이전의 미성숙란으로 판명됐다"며 "기생충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이 알은 사람이 먹더라도 바로 배설되기 때문에 인체에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식의약청은 개.고양이 회충 알이 나온 광주광역시 소재 내고향식품 김치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43t의 김치를 수출했다. 식의약청은 16개 업체의 재고 김치 472㎏을 압류하고 이들 회사가 새로 만드는 김치는 기생충 알이 안 나온 것만 판매하도록 했다.

"식약청이 불신 키워"
중국산 유해 여부 검증 없이 발표

식의약청은 지난달 21일 중국산 김치 9개 제품에서 회충 알 등 네 가지 종류의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김치뿐 아니라 모든 수입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특히 중국산 식품은 백화점 등 대형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음식점도 고객이 국산.중국산 김치를 기피하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다.

식의약청은 지난 9월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의 문제 제기로 납 김치 파동이 벌어진 뒤 다시 고 의원이 지난달 10일 김치의 기생충 알 감염 우려를 지적하자 서둘러 검사에 나섰다. 식의약청은 지난달 21일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의약청은 당시 발표 자료에서 '토양매개성 기생충의 위해성'이란 항목으로 위험성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발표하기 전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미성숙 상태의 알이었다는 점을 확인했더라면 엄청난 파장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대 의대 홍성태 교수는 "실제로 위험한 것이 아닌데 (식의약청이)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를 해서 국민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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