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조류독감 전세계 위협… 국제공조 촉구

중앙일보

입력

유럽연합(EU)은 18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확산 중인 조류독감이 전세계를 위협에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하고 효율적인 방역대책마련 등을 위한 국제적 공조를 촉구했다.

또 서유럽 국가들이 항바이러스제를 충분히 비축하지 못하는 등 조류독감 비상사태에 대비한 준비를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코스 퀴프리아누 EU 보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조류독감 현황을 보고하고 대책을 논의한 후 한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EU 25개 회원국들이 노약자와 당뇨병 환자 등 독감 감염 가능성이 높은 집단의 저항성을 높이기 위한 항바이러스제를 충분히 비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약업체들과 유행성 독감 백신 생산을 늘리고 생산시설을 확충하도록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조류독감이 인간의 집단 감염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현 단계에서 커지고 있지는 않다면서 "이런 일이 결코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적절하게 대비할 것"이라며 시민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EU는 현재 터키와 루마니아에서 발견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 전염 가능성이 있는 H5N1형으로 확인된데 이어 회원국인 그리스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역시 H5N1형 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H5N1형 바이러스는 아시아에서 60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치명적인 조류독감 바이러스 변종이다.

조류독감 치료 백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나 과학자들은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가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EU의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은 1천만 명 분에 그치고 있으며, 오는 2007년 말 까지 3천600만명분을 추가로 비축 하더라도 전체 인구의 10% 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는 WHO가 권고하고 있는 전체 인구의 25% 분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퀴프리아누 집행위원은 EU 25개 회원국 보건장관들이 오는 20일 런던 교외에서 모임을 갖고 회원국별 조류독감 대비상황을 긴급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조류독감이 전세계에 걸쳐 동물과 공중 보건에 미치고 있는 위협의 심감성을 강조하면서 대책마련을 위한 국제적 공조를 촉구했다.

퀴프리아누 집행위원은 "조류독감은 국제적 위협"이라면서 "우리자신들만 보호할 수 없으며 국제적 행동과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의 국제적 결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외무장관들은 EU 집행위가 세계보건기구(WTO) 등 유엔산하 전문기관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조류독감 방역 공조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EU는 남동유럽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사실만으론 인간들에게 전염될 위협성을 높이진 않는다며 공포의 확산을 진화하려고도 애썼다.

퀴프리아누 집행위원은 "조류독감이 유럽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인간전염 독감으로 확산될 위협성을 증가시키진 않는다"면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어떤 경우에도 적절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류독감의 확산은 철새의 이동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EU는 가금류를 철새와 분리하고 철새이동 경로의 습지와 농장 등 위험지역에서 조류독감 조기 발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새로 강화된 방역 조치들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에서도 조류독감 의심사례가 발생했다고 현지 관리들이 말했다.

모스크바 남쪽 150㎞ 떨어진 툴라 지역에서 최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닭과 오리, 거위 240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발견돼 죽은 조류의 조직 샘플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루마니아에선 조류독감이 발생한 다뉴브 삼각주 지역에서 몇마일 떨어진 주리로브차란 마을에서 거위와 놀던 한 소년이 고열과 땀을 수반한 독감 증세를 보이고 있어 조류독감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의사들이 우려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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