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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우리말로 의학강의 정인혁 교수

중앙일보

입력

대부분이 외국에서 수입된 의학 용어를 순 우리말로 풀이해 10년간 강의를 해 온 교수가 있어 화제다.

정 교수 강의에서는 여느 의과대학 수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크레비스(crevice)나 아파지아(aphasia) 등의 의학용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신 크레비스와 아파지아를 뜻하는 `틈'이나 `홈' 등의 순수 우리말은 흔히 들을 수 있다.

외국에서 수입된 학문을 배울지라도 교육만큼은 순 우리말로 해야한다는 지론에 따라 정 교수가 우리말 사랑을 실천해 온 지도 올해로 10년째.

의학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영어로 된 의학용어나 일본식 용어가 남발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정 교수는 1987년 해부학학회 이사를 맡으며 우리말 의학용어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1993년 의사협회 의학용어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의료계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는 영어나 일본식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실로 2001년에는 `우리말 의학용어집'을 펴내기도 했다.

`슬개골'이나 `견갑골' 등 어려운 한자어가 순수 우리말인 `무릎뼈', `어깨뼈'로 되살아난 것도 정 교수가 쌓아온 노력의 일부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서양 의학기술과 정신을 배우는 일은 좋지만 굳이 수업에서까지 외국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교육만큼은 우리말로 배워 지식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우리 것은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어려운 영어나 한자를 사용해야 학문같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대상"이라고 `사대주의적 언어습성'을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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