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 신경성 위장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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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병이 위장병입니다. '더부룩하다''속이 쓰리다''트림이 난다''구역질이 난다'등 증세도 다양합니다. 어느 경우든 위장이 나쁜 분들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내시경 검사입니다. 암이나 궤양 등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위암은 조기발견의 경우 수술칼로 배를 열지 않고 내시경이나 복강경만으로 95%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궤양 역시 '아직도 속쓰림으로 고생하십니까'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치료제가 속속 등장해 대부분 수주 이내 먹는 약만으로 완치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내시경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는 위장병입니다. 내시경 소견은 정상인데 환자는 아픈 경우지요. 대부분의 위장병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흔히'신경성 위장장애'라 부릅니다. 이러한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겐 어떤 대책이 있을까요.

첫째 병식(病識)을 지녀야합니다. 병식이란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말합니다. 자신의 위장에 왜 탈이 났는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신경성 위장장애는 스트레스로 뇌와 위장을 연결하는 자율신경의 리듬이 깨져 나타납니다. 혹이 있거나 염증, 궤양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본인은 괴롭지만 절대로 죽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일 위장이 아프다면 '아, 내가 신경을 많이 썼구나. 좀 쉬어야겠네. 하지만 내 위장은 아무 문제가 없어'란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계속 아프다면 이렇게 다짐하십시오.'어디 아플 테면 실컷 아파봐라. 네가 아파봐야 별수 있겠어'라고 말입니다.

둘째 주시(注視)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위장을 끊임없이 의식하지 말란 뜻입니다. 위장이 나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은 항상 자신의 위장을 의식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밥을 먹었으니 좀 있으면 속이 더부룩해지겠지'라는 식이지요. 매사 이런 식이니 건강한 위장이라도 배겨날 리 있겠습니까. 위장병은 애써 무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소 아프더라도 취미활동 등 다른 일에 몰두하시는 게 좋습니다.

셋째 음식으로 위장을 배려해야 합니다. 위장을 밥통쯤으로 천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장육부 중 유일하게 이식수술이 불가능한 장기가 바로 위장일 정도로 위장은 정교한 장기입니다. 폭음, 폭식을 피해야지요. 비빔밥과 자장면은 좋지 않습니다. 비빔밥은 거친 섬유소가 많아서, 자장면은 기름기가 많아서입니다. 대신 익힌 곡류나 살코기는 소화가 잘 됩니다. 예컨대 속이 많이 불편하시다면 쌀죽에 쇠고기 장조림을 곁들여 드시는 게 좋습니다.

넷째 걷기가 보약입니다. 걷게 되면 긴장이 누그러지면서 성난 위장의 자율신경을 달래주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아울러 복근이 저절로 강화되면서 위장의 움직임도 원활해집니다. 식후 1시간 정도 천천히 걷는 것은 위장병 환자에게 매우 좋은 습관입니다. 그러나 뛰면 안 됩니다. 뛰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증세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복식호흡이 권장됩니다. 위장병 환자들은 한숨을 길게 내쉴 경우 더부룩한 증세가 좋아짐을 경험적으로 느낍니다. 한숨 자체가 교감신경의 톤을 떨어뜨려 주며 동시에 위장 근처 횡격막 근육의 경직도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기왕이면 한숨 대신 복식호흡을 제대로 배워 반복하면 좋겠지요. 이때 복식호흡은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갖는 것이 권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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