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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금메달리스트, 외출 때마다 칼·스프레이 챙기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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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이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오종택 기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이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오종택 기자

한국계 미국인이자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21)이 아시안 증오범죄에 매일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클로이 김은 2일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내가 프로 운동선수이고 올림픽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인종차별에서 면제되는 건 아니다”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하루에 수십 개, 매달 수백 건의 증오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에 그동안 받은 메시지를 캡처해 올렸고, 그중에는 “멍청한 동양인” 등 인종차별적 표현과 더불어 외설적인 내용과 욕설까지 담겼다. 클로이 김은 “나는 이런 메시지를 수백 개 받는다. 이런 행동이 괜찮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클로이 김이 증오 범죄에 시달린 건 2014년부터라고 했다. 애스펀 X게임 대회에서 하프파이프 첫 메달을 땄고, 이후 메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중국으로 돌아가라” “백인 소녀들로부터 메달 뺏는 것을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되면서 더욱 악화했다”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할 때 한 여성이 내게 ‘여기에 들어오지 마’라고 소리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클로이 김은 집을 나설 때는 꼭 호신용 무기를 챙긴다고 고백했다. 작은 가방에 전기충격기와 최루액 분사기인 페퍼 스프레이, 호신용 칼을 넣어 다닌다고 했다.

클로이 김은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례가 증오범죄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이민을 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해 7월 미국 ESPN 스포츠 대상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고, 지난 1월 월드컵에서 1위를 따내며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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