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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 외래종으로 인한 각국 피해·관리비용 연간 183조 원"

중앙일보

입력

독을 갖고 있는 붉은불개미(왼쪽)와 붉은불개미에 물렸을 때의 모습.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이 있다고 해 불개미라 한다. [중앙포토]

독을 갖고 있는 붉은불개미(왼쪽)와 붉은불개미에 물렸을 때의 모습.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이 있다고 해 불개미라 한다. [중앙포토]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돼지풀,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붉은불개미, 미국 오대호 생태계를 파괴하는 아시아산 잉어(Asian Carp)와 상수도 시설을 틀어막는 유럽산 얼룩무늬담치….

세계화와 기후변화로 외래종 급증 #1970~2017년 누적비용 1453조 원 #'일대일로'사업도 외래종 고려해야

국경의 장벽이 사라지는 세계화와 생물 서식 범위가 달라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새로운 서식지에 생물 종이 들어가는 침입성 외래종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침입종은 생태계 파괴와 작물 수확량 감소, 수자원 인프라의 손상 등 경제적인 피해를 낳는다.
각국에서는 이들 침입종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체코·호주 등 국제 연구팀은 침입성 외래종으로 인한 피해와 관리 비용에 관해 전 세계에서 발표된 자료 850건을 분석한 논문을 지난달 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집계·모델링한 바에 따르면 침입종으로 인해 1970~2017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 피해와 관리 비용은 최소 1조2880억 달러(145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전체에 연평균 비용은 268억 달러(30조원)였고, 연도별 비용은 10년마다 3배로 늘어났다.
1990년에는 연간 비용이 10억~31억 달러로 추산됐지만, 2017년에는 478억~1626억 달러로 추산됐다.

미국 오대호 생태계를 위협하는 아시아산 잉어. AP=연합뉴스

미국 오대호 생태계를 위협하는 아시아산 잉어. AP=연합뉴스

연간 피해액 한국 정부 예산의 45% 규모

이 같은 피해액을 다른 수치와 비교해보면 침입종 피해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7년 기준 피해액인 1626억 달러(183조 원)는 그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사무국의 예산을 더한 것의 20배가 넘는다.

또,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총생산(GDP)이 1626억 달러를 넘은 나라는 4개국뿐이다.
183조 원은 2017년 한국 정부 예산 400조 원의 45% 수준에 이르는 금액이기도 하다.

침입종에 의한 직접 피해 비용은 1970~2017년 사이 8922억 달러로 집계됐고, 침입종 관리에 들어간 비용은 663억 달러로 분석됐다.
직접 피해 비용이 관리 비용의 13배에 이르는 셈이다.

관리 비용이 10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수준인 데 비해 직접 피해 비용은 10년마다 6배로 증가했다.

전체 비용 가운데 침입 외래종의 분류군(群)에 따라 구분이 가능한 금액은 5910억 달러인데, 곤충 등 무척추동물에 의한 누적 비용이 416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무척추동물에 의한 비용은 연평균 87억 달러였고, 2017년 기준으로는 238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척추동물의 경우 누적 비용은 1600억 달러였고, 연평균 비용은 35억 달러였다.
지난 10년 동안 척추동물에 의한 피해액 가운데 88%는 포유류에 의한 피해가 차지했다.

식물은 누적 비용이 89억 달러로 집계됐지만,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실제보다 비용이 낮게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역별 구분이 가능한 비용은 모두 9590억 달러이었고, 그 중 약 57%는 북미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북미에서 발생한 비용은 연평균 110억 달러였다.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돼지풀, 서울 여의도 샛강 한강시민공원. 중앙포토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돼지풀, 서울 여의도 샛강 한강시민공원. 중앙포토

연구팀은 "이처럼 엄청난 비용이 산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침입성 외래종에 의한 비용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특히 신종 병원체에 의한 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전체 비용은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비용은 현재 추산된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란 설명이다.

연구팀은 ▶침입종의 영향 미확인 ▶조사 데이터 부족 ▶자료의 언어 문제로 인한 이용 제약 ▶조사 방법의 일관성 부족 ▶생태계 손실의 금전적 평가 부재 등을 과소평가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연구팀은 "침입종에 의한 피해 규모는 이들을 관리하는 데 투입하는 비용의 10배가 넘어서고 있다"며 "이는 침입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얼룩무늬담치. 미국 오대호 주변에서 확산하면서 상수도 취수관을 막아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AP=연합뉴스

유럽 얼룩무늬담치. 미국 오대호 주변에서 확산하면서 상수도 취수관을 막아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AP=연합뉴스

예방과 생물학적 방제를 제때 추진해야 침입종으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각국이 지속적인 관심이 가져야 하고, 생물다양성 협약 등 환경협약을 지키고 침입종이 막는 국제 시스템을 통합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사업처럼 초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는 생물학적 침입 문제가 주요 의사 결정 요인이 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일대일로 같은 사업이 외래종이 침입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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