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에 걸린 환자들은 대부분 유방 전체를 도려 내버린다. 그래도 혹시 남아 있을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방사선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받는다. 이때 환자들은 정상세포가 일부 죽는 것은 물론 오심.구토 등 극심한 부작용에 시달린다. 방사선이나 항암제가 암 세포만 찾을 수 있는 눈이 달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방암 뿐 아니라 모든 암 치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인 방사성동위원소가 암세포를 표적 삼아 추적해 찾아 죽이는 기술이 새로 개발됐다. 이탈리아.미국.영국 등에서는 이미 림프암.유방암 등 일부 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적용할 수 있는 암의 종류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기초 연구가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치료과정은 정상세포를 거의 손상시키지 않을뿐더러 완치율은 높고, 부작용은 적어 암 치료분야에 새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몸 속에 퍼져 있는 암 세포를 구석구석까지 추적해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악성 임파암 중에서도 비호지킨스 임파암은 가장 완치율이 좋지 않은 암으로 꼽힌다. 암 완치율(5년 생존율)이 국가별로 평균 38~64%에 이르지만 비호지킨스악성 임파암은 10%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사성동위원소 추적 기술을 활용하면 그 완치율을 평균 4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공인한 것이다.유방암도 유방 전체가 아닌 암에 걸린 부위만 도려내고, 이 기술로 나머지 암세포를 죽이는 방향으로 치료방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런 기술을 암 환자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는 곳은 영국의 암연구소(Cancer Rsearch UK)와 성 바돌로매 병원(St. Bartholomew's Hospital),이탈리아의 IEO(Institute of European Oncology), 미국 듀크대(Duke University) 등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동위원소이용연구부 최선주 박사는 "암이 전이됐어도 방사성동위원소의 암 추적 기술을 활용하면 몸속 어느 곳에 숨어 있는 미량의 암세포도 찾아 죽일 수 있다"며 "세계 방사성동위원소의 암 치료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성동위원소에 암세포를 추적할 수 있는 '눈'을 어떻게 달아줄까.
항체를 활용한다. 항체는 암 종류별로 다르다. 그 항체는 암이 발병하면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대항군으로 만드는 것으로 100% 암세포를 추적해 달라붙어 싸운다. 여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이는 것이다. 그러면 항체와 함께 암세포에 달라붙어 방사선을 발산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 항체와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인 주사액은 피가 통하는 곳이면 몸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 암세포도 놓치지 않는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방사선을 제대로 내뿜는 기간(반감기)이 각각 다르다.요오드(I-131)의 경우 그 기간이 8일이며,이트륨(Y-90)은 64시간,아스타틴(At-211)은 7시간 등이다. 요오드 중 I-125는 60일이나 된다. 이런 차이를 이용해 오래된 암이나 치료기간이 오래 필요한 것은 방사선을 더 많이 오랫동안 내뿜을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를 골라 쓴다.
*** 원자력연구소 최선주 박사
“방사성동위원소의 암 추적 기술은 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최선주(사진) 박사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이용이 암 진단에서부터 암 표적 박멸로까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암 환자들도 이런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탈리아 IEO에서 실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 치료 기술을 적용하는 등 관련 기술을 익혀왔다.
최 박사는 IEO에서 4년 전에 악성 임파암에 걸린 사람이 이 치료 덕에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기초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이며, 정부의 규제도 까다로워 기술 발전이 더디다는 것이다.
현재 최 박사는 이탈리아의 기술 연수를 바탕으로 방사성동위원소의 암 추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