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잦은 소나기구름…'북극 번개' 10년새 8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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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 번개가 치는 횟수가 최근 10년 사이 8배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북극에서 번개가 치는 횟수가 최근 10년 사이 8배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북극에서 번개가 내리친 횟수가 최근 10년 사이 8배 증가했으며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워싱턴대 연구진 국제 학술지 게재 #"같은 기간 북극 온도 0.3도 상승"

최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서'에 '북극에서의 번개(Lightning in the Arctic)'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위 65도 이상의 북극 지역에서 6~8월 여름철 발생한 번개 횟수는 2010년 1만8181건에서 2020년 15만2848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발생한 번개 중 '북극 번개'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2%에서 0.6%로 3배 높아졌다.

지구 온난화에 북극에서 번개가 내려치는 횟수가 증가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AFP=연합뉴스]

지구 온난화에 북극에서 번개가 내려치는 횟수가 증가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AFP=연합뉴스]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이처럼 북극의 번개 횟수가 증가한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번개는 소나기구름에서 일어난다. 소나기구름은 지표면의 공기가 가열돼 생기는 상승기류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번개는 그동안 북극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하지만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번개가 이전보다 자주 일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 근거로 번개 횟수가 증가한 기간 북극의 기온도 상승한 점을 들었다. 조사 결과 북극의 기온은 2010년 0.65도에서 2020년 0.95도로 0.3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북극이 지구상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번개는 해빙(海氷)이 사라지고, 지표면 기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두 배나 빨리 상승하고 있는 북극의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북극에서 번개가 내리친 횟수. 2010년보다 2020년 8배나 증가했다. [미국 워싱턴대 홈페이지 캡처]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북극에서 번개가 내리친 횟수. 2010년보다 2020년 8배나 증가했다. [미국 워싱턴대 홈페이지 캡처]

연구진은 북극에서 번개가 치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북극에 가까운 캐나다, 러시아 북부, 미국 알래스카주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연구진은 북극의 번개 증가와 기온 상승 사이의 분명한 인과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2010~2020년 게재된 '세계 번개 위치 네트워크(WWLLN)'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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