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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약선] 오소리

중앙일보

입력

곰과 닮아서 '아기곰' 또는 '소웅'(小熊)이라고 불리는 동물이 있다. 한국.중국.몽고에서 사는 족제비과 동물인 오소리다. 다 자라면 체중이 평균 25㎏쯤 되는 오소리는 국내에서 가축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오소리를 동물성 식품의 원료로 지정함으로써 제한없이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약 1만200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한국특수가축협회 김형철 회장).

참새고기 맛이 나는 오소리는 식용보다 약용으로 흔히 쓰인다. 약효 성분은 그동안 '건강의 적'으로만 알았던 동물성 지방이다. 오소리의 지방은 분명히 동물성 지방이지만 소.돼지의 지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체 지방의 74% 이상이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다.

반면 소.돼지 지방은 대부분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다. 오소리의 불포화지방 비율이 식물(올리브.홍화씨 등).생선(고등어.참치 등)에 견줄 만큼 높은 이유는 아직 알지 못한다.

동의보감은 "오소리의 지방이 화상 치료에 유용하다"고 기술했다. 몇 년 전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던 우유회사 회장 C씨는 환부에 오소리 지방을 꾸준히 발라 큰 효과를 얻었다.

오소리 지방의 당뇨병 치료 효과와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는 최근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원광대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성혜 교수는 2형(성인형) 당뇨병 환자 25명에게 오소리 지방을 12주간 제공했다. 한 사람당 오소리 지방 7.3g을 하루 한번(아침식사 1시간 전) 먹게 했다. 12주 뒤 환자의 공복시 혈당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6주 뒤 혈당 낮추는 약을 끊었지만 혈당이 특별히 증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걸쭉했던 혈액은 전보다 훨씬 묽어졌다. 혈관 건강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가고, 혈관 건강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내려갔다. 간기능도 좋아졌다. 당뇨병 환자도 동물성 지방을 적당히 섭취해야 하는데 오소리 지방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결론이다.

박 교수는 갱년기 여성 40여명을 대상으로 오소리 발효액을 3개월간 먹이는 실험을 했다. 이 결과 갱년기 증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오소리는 10 ~ 11월 겨울잠에 든다. 4개월의 기나 긴 동면 도중 에너지로 쓰기 위해 오소리는 지방을 최대한 많이 몸에 축적한다. 사육 중인 오소리는 보통 이 시기에 도축된다(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 안종남 박사).

한 마리에서 약 4ℓ의 지방과 8㎏의 고기가 얻어지는데 약효 성분인 지방 100㎖(드링크병 한 개 분량)의 가격은 5만원 선이다. 오소리 기름은 백화점이나 수퍼 마켓에선 살 수 없고 인터넷.전화로 사육농장과 직접 접촉해야 한다.

간혹 폐암 환자도 오소리의 기적을 기대하지만 오소리가 폐의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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