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서 게으름 찬양하는 회의 열려

중앙일보

입력

분초를 다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느림과 무위(無爲)의 미덕을 찬양하고 나섰다.

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슬로푸드 운동과 느리게 살기 운동이 확산되고, 느림의 철학을 설파하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장하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한 스키 휴양지에서 지난 주말 제1회 전국 게으름쟁이 회의(National Convention of the Idle)가 열렸다고 BBC 인터넷판이 지난 8일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인 지아니 판토니를 비롯한 게으름쟁이들은 게으름을 찬양하기 위해 스위스 접경 이탈리아의 산악 마을 샴폴루크에 모이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했다.

대신 그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해 편안하게 회의장에 당도했다. 참석자들은 또 게으름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절대 30분을 넘지 않고, 긴 낮잠시간을 반드시 준다는 다짐을 받고 왔다.

조직위측은 또 힘들게 노력하는 수고를 피하는 법에 대한 10계명을 참석자들에게 제공했다. 10계명은 절대 남보다 먼저 행동하지 않는다, 실행은 남들의 몫임을 명심한다, 어떤 일에 절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등을 포함한다.

이 회의에서는 각 연령대별 게으름 피우기 전시회와 함께 수고를 최대한 덜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도 선보였다. 이 중에는 옷과 신발, 양말이 한 벌로 된 저녁식사용 복장, 낙하장치가 부착된 쓰레기통, 손을 시렵게 하지 않고도 눈을 뭉칠 수 있는 틀, 이번 회의의 상징과도 같은 해먹(그물침대)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의 주최자 중 한 명인 지아니 판토니는 게으른 사람들은 노력하는 사람들처럼 땀을 흘리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어내는 현명한 방법을 찾는 만큼 게으름은 악덕이 아니라 지적 능력의 한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게으름이야말로 온갖 데드라인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장수를 누릴 수 있는 묘약이라고 강조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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