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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中서 '꽌시 영업' 폐기…시스템 영업으로 전환

중앙일보

입력

‘2020 광저우 국제 모터쇼’에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 '밍투 일렉트릭'이 전시돼 있다. [사진 현대차]

‘2020 광저우 국제 모터쇼’에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 '밍투 일렉트릭'이 전시돼 있다. [사진 현대차]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리는 현대차그룹이 영업 방식을 '꽌시'(關系·인맥문화)에서 탈피해 브랜드를 앞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전환한다. 정의선 회장의 '시스템이 뒷받침된 영업' 방침에 따른 것으로 현대차는 중국에서 앞으로 '친환경'과 '제네시스'를 앞세워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화교 출신 설영흥 전 고문 부자 퇴사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설영흥(76) 현대차 전 부회장의 아들 설호지(45) 중국전략담당(전무)이 지난달 말 퇴직했다. 설 전 부회장은 화교 출신으로 현대차의 중국 내 꽌시 비즈니스를 상징했던 인물로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중국 사업을 총괄해왔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를 2019년 말 부임한 이광국(58·사진) 현대차·기아 중국사업총괄(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분석한다. 이 사장은 2016년 10월부터 약 3년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을 맡아 택시·법인 판매에 의존했던 기존 영업 방식을 폐기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도입했다.

이광국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사장이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기차 포럼 '차이나 EV100'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차이나 EV100]

이광국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사장이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기차 포럼 '차이나 EV100'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차이나 EV100]

이 사장은 스포츠 마케팅 차원에서 제네시스 골프대회를 열고, 2017년 그랜저IG 출시 당시 웹드라마를 제작해 30대 고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그는 또 '안티 현대'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VOC(Voice Of Customer)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 더해 팰리세이드·코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라인업이 증가하면서 한때 32%까지 떨어졌던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40%대를 회복했다.

최근 현대차 중국 경영진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중국에 적용 중이다. 과거처럼 양적 판매에 치중하기보단 현지 수요가 늘어나는 전기차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3월 내로 아반떼급 전기차를 출시하고, 아이오닉5도 이르면 7월 중국에 진출한다. G80을 필두로 제네시스가 올해 중국에 공식 진출하는 것도 호재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114만2000대에 달했지만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해에는 44만대까지 줄었다.

전기·수소차, 제네시스로 반등 노려

현대차는 중국 광저우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장도 짓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장기인 수소전기차 '넥쏘'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다. 중국 정부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현지 친환경차를 많이 판매할수록 보조금 혜택 등에서 이롭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현대차의 관건은 중국 자동차 업체와 현대차가 얼마나 다른지를 현지 소비자가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필수적이고, 품질에서도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중국에서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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