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줄기세포로 뇌졸중 신경손상 치료

중앙일보

입력

태아의 줄기세포가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의 신경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상 최초로 쥐실험을 통해 확인됨으로써 뇌졸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의과대학 신경외과과장 개리 스타인버그 박사는 국립과학원회보 최신호(7월26-30일자) 인터넷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뇌졸중을 유발시킨 쥐에 주입한 인간태아 줄기세포가 뇌졸중으로 손상된 부위로 정확히 이동, 새 신경세포로 분화했다고 밝혔다.

태아 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시험관 실험에서만 밝혀졌으며 실제로 동물에 주입된 인간태아 줄기세포가 살아서 손상부위로 이동해 신경세포로 분화한 것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손상된 부위에 새로 생긴 신경세포가 과연 제 기능을 발휘해 "뇌졸중 쥐"의 손상된 뇌 기능이 회복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스타인버그 박사는 말했다.

스타인버그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는 인간태아 줄기세포를 주입한 지 불과 4주만에 결과를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쥐의 손상된 기능을 되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말하고 다음 실험에서는 "뇌졸중 쥐"가 실제로 모든 동작과 행동이 회복되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인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보건당국의 규제로 사용하기가 어렵고 또다른 형태의 줄기세포인 성체 줄기세포는 쥐실험 결과 주입 후 오래 살지 못하고 또 손상된 부위로 정확히 이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번 태아 줄기세포의 실험결과는 매우 중요하다고 스타인버그 박사는 강조했다.

스타인버그 박사 연구팀이 쥐실험에 사용한 인간태아 줄기세포(신경구)는 낙태아의 줄기세포를 배양-증식시킨 다음 연구용으로 과학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스템셀(StemCell) 사로부터 얻었다.

처음에는 "뇌졸중 쥐" 9마리를 대상으로 태아 줄기세포를 손상된 부위 아주 가까이에 주입했으나 단 한 마리에서만이 줄기세포가 살았다. 이는 손상된 부위는 혈액공급이 안돼 주입된 줄기세포가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상된 부위에서 1-2mm 떨어진 곳에 줄기세포를 주입하자 이들은 모두 살았고 손상된 부위까지 평균 1.2mm 이동해 새로운 신경세포로 분화했다. 뇌졸중을 유발시키지 않은 보통쥐들에 주입된 줄기세포는 평균 0.2mm 이상은 이동하지 못했다.

스타인버그 박사는 줄기세포가 손상된 부위로 정확히 이동한 것은 손상된 부위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 사이토킨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이토킨은 손상된 세포가 분자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구급신호라고 스타인박사는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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