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통한 인간광우병 환자 또 확인

중앙일보

입력

영국에서 수혈을 통해 인간광우병(vCJD.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사례가 확인돼 영국 정부가 헌혈 금지 조치를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간광우병 환자가 헌혈한 혈액을 수혈받은 환자가 수년 뒤 같은 병으로 숨진 사실을 확인, 1980년 이래 수혈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의 헌혈을 금지했었다. 이는 인간광우병이 혈액을 통해서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최초의 사례로 전세계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영국 보건부는 22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인간광우병이 수혈을 통해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두번째 사례가 국립 CJD 감시단에 의해 확인됐다"면서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한 영국인이 나중에 인간광우병으로 숨진 사람이 헌혈한 혈액을 1999년 수혈받은 뒤 숨졌으며 이 환자의 몸 속에서 인간광우병 발병인자인 프리온(prion) 단백질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존 리드 보건장관은 이와 관련, "헌혈 금지조치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면서 " 환자들이 인간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수혈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보건부는 기존의 헌혈금지조치를 확대해 인간광우병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는 1980년 이래 수혈을 받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사람과 혈소판 등 혈액 구성 성분을 제공받은 사람의 헌혈을 금지하도록 했다.

소의 전염성 뇌질환인 광우병의 인간 전염 형태인 인간광우병은 뇌가 스펀지처럼 변해 전신이 마비되다가 결국은 사망에 이르는 희귀질병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영국에서는 140여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으나 이 병의잠복기를 모르기 때문에 적어도 수천명이 병에 걸린 사실을 모른 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혈을 통해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영국산 혈액제제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이용자의 인간광우병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하는 등 국제적인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 대륙에서는 인간광우병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인의 헌혈 자체를 아예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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