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혈액" 적십자사 혈액원 "유구무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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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C형 간염 및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양성 혈액이 대한적십자사의 과실로 수혈용, 원료용으로 유통된 사례가 685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22일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는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특히 올해 초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약 1천500명의 혈액사업 관련 직원들 중 검사책임자 등 100여명이 검찰에 소환돼 과실 여부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받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혈액사업본부 직원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쳤다.

직원들은 지난해 하반기 국정감사에 이어 보건복지부 조사, 감사원 조사가 뒤따랐고 최근에는 검찰수사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데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자성의 분위기를 보였다.

혈액사업본부는 이번 사건이 헌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혈액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혈액사업본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혈액 부족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혈자 중 43%가 학생이고 30%가 군인인데 7, 8월이 되면 평소보다 헌혈자가 대폭 줄어들어서 의료현장에서 수술이 연기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 사이에 헌혈 기피 풍조가 생기고 불신이 계속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총재 사과문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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