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에이즈 감염자 3년간 33% 급증

중앙일보

입력

동성애 증가와 젊은이들의 성병에 대한 경각심 저하, 미디어를 통한 홍보 감소 등으로 인해 독일에서 지난 3년 간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가 3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감염질환 관련 국가기관인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KI)는 지난 2001년 1천470명이었던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가 2002년 1천716명, 2003년 1천958명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15일 발표했다.

지난 1987년부터 에이즈 실태를 조사해온 RKI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감소추세였던 에이즈 감염자가 급증하는 이유로 우선 위험한 섹스에 관한 경각심이 부족한 동성애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감염자의 절반은 동성애자였다.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에 따르면 독일 내 콘돔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RKI가 지난해 여러 섹스 상대를 두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콘돔 사용 비율이 78%로 2년 전에 비해 5% 줄었다.

특히 게이들, 그 가운데서도 나이가 젊은 게이들의 경우 콘돔 착용률이 낮고 에이즈 예방 경각심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에이즈 상담 시민단체인 '베를린 에이즈 힐페' 관계자는 "40세 가까운 나이든 게이들은 대부분 성행위시 감염 예방조치를 취하지만, 젊은 게이들의 경우 예방수칙을 알더라도 충동에 못이겨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1년에는 이 단체에 상담해온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20세 이하가 1% 미만이었으나 지난해엔 5%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연방보건교육센터의 마리타 볼커-알베르트 박사는 "근년 들어 매스컴의 우선 관심사가 광우병이나 9.11테러 등이 되면서 에이즈에 관한 보도나 관련 프로그램이 대폭 줄었으며, 이에 따라 대중의 관심이 떨어진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연방차원의 에이즈 예방 캠페인 예산이 지난 1987년 이후 연간 5천만달러였으나 최근에는 900만달러로 격감한 것도 배경으로 거론됐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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