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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예방한다

중앙일보

입력

인간과 병균의 전쟁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을까. 완전 정복까지는 요원하지만 의과학의 발전으로 질병 극복의 전선은 극히 낙관적이다. 지난달 25~28일 핀란드 탐페레에서 열린 제22차 유럽 소아감염학회 발표 내용 중 국내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감염병을 중심으로 치료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 A형 간염 백신을 맞는 것이 안전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위생상태가 나쁜 후진국에선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앓고 지나가는 병이다. 문제는 세계화로 인해 감염병의 국가 간 경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소코라의대 소아감염학 론 다간 교수는 "지난해 터키에서 A형 간염 집단 발생이 있은 직후 네덜란드에서도 무더기로 환자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A형 간염은 독특한 증상이 있다. 영.유아기땐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나이 들어 걸리면 식욕부진.피로.황달 등 증상이 심하다. 다간 교수는 "A형 간염 백신은 어릴 때 대부분 걸리는 후진국보다 감염 기회가 적은 중진국에서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A형 간염에 취약한 세대는 젊은 층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40대 이후 세대는 대부분 A형 간염이 거쳐갔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

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사람이 유행지역을 여행하다 감염되면 집단 발병 위험이 언제나 있다"고 지적했다. A형 간염 백신은 첫돌 이후 맞으며, 한번 접종으로 90% 이상, 두번 접종하면 100% 가까운 예방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는 1998년 장병 200명에게서 A형 간염이 집단 발생한 예가 있다.

◆ 자궁경부암도 백신으로 잡는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많은 자궁경부암도 백신으로 치료하는 시대가 온다. 자궁경부암의 원인균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자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비감염자의 500배 이상이다.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은 비흡연자의 10~20배 수준. 스페인 카탈란 종양학연구소 사비어 보쉬 박사는 "자궁경부암은 파필로마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10~20년 뒤에 발생한다"며 "감염자의 20~25%가 암 전단계인 자궁상피 이형증(異形症)으로 전환하며 이 중 20~30%가 다시 암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백신은 현재 개발은 됐으나 임상시험을 거쳐 3~4년 후 상용화 될 예정. 소아감염학회장인 한양대병원 소아과 오성희 교수는 "7월부터 유럽.중남미.아시아의 10~14세 여자 어린이 20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이며 우리나라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쉬 박사는 "성접촉으로 감염되는 병인 만큼 백신이 상용화되면 청소년기 남자를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독감에 의한 폐렴 정복도 눈앞에
독감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폐렴의 원인이 밝혀짐에 따라 새로운 치료방법도 제시됐다. 독감에 걸리면 호흡기 점막이 손상돼 회복기에 치명적인 폐렴 합병증 위험이 높다. 미국 성주드 어린이 병원 매컬러 박사는 "동물실험을 통해 독감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효소 작용에 의해 폐구균이 잘 침입하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바이러스 감염과 세균감염이 동시에 생긴 상태에선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를 동시 투여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환종 교수는 "좀더 광범위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독감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폐렴 치료율을 높이는 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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