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세계최초 줄기세포 은행 탄생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은행이 19일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하트퍼드셔에서 문을 열었다.

영국 정부 지원금 4천만파운드(약 800억원)를 종자돈으로 국립생물표준연구통제연구소(NIBSC) 안에 설립된 줄기세포 은행은 태아는 물론 성인에게서 추출된 배아를 받아 보관하면서 필요한 연구를 위해 분양할 계획이다.

줄기세포 은행은 이미 런던의 킹스칼리지와 뉴캐슬의 생명센터에서 각각 추출한 배아 줄기세포를 받아 보관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설립된 줄기세포 은행의 목적은 배아 줄기세포를 분류, 보관, 복제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전세계 연구원들에게 분양하는 것이다. 이런 줄기세포 은행의 존재는 치매, 파킨슨씨 병, 당뇨, 근육 위축증, 심장병 등 난치병 정복에 인류가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영국의 이 같은 선도적 조치는 줄기세포 연구에 공공기금 지원을 금지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것으로 전 세계 생명운동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일간 가디언은 말했다. 영국 내에서도 이미 반응이 찬반 양론으로 엇갈리는 등 민감한 파장을 낳고 있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의 콜린 블레이크 모어 대표는 "의학발전에 중대 역할을 할 줄기 세포 치료법 개발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치가 단행됐다"며 "흥분을 금할 수 없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낙태반대운동 단체인 친생명동맹(Prolife Alliance)은 "유럽 의회가 모든 종류의 복제를 금지할 것에 대비해 영국 정부가 서둘러 줄기세포 은행을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명의 존엄성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아 줄기세포는 인류의 난치병 정복에 결정적 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상태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은 고도로 어려운 작업으로 전세계 연구원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이를 수행할 기술을 갖고 있다.

줄기세포 은행이 활성화되면 연구원들은 배아 줄기세포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돼 이 분야의 연구에 큰 진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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