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다. 그는 음악이 인격과 품성의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쓰이도록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오랫동안 미천한 감정을 일으키는 음악을 들은 사람은 그 성격도 미천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플라톤과 비슷하게 말했다. 이런 막연한 주장이 과학이라는 '갑옷'을 입은 것은 지난 세기 중반이었다.
1950년대 레코드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누구나,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 첨단산업을 병원이나 심리상담소에서 이용하려 애썼다. 음악이 정신질환자나 노인.장애인.학습지진아 등의 마음가짐을 바꾸거나 고통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음악 치료학'이 생겨난 것이다.
이 학문은 이후 사람이 아닌 동식물도 그 연구 대상에 올려 놓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 애완견의 호흡과 심장박동을 안정시켜 주는 CD가 나왔다. 채소나 꽃에 새.바람 소리 등이 삽입된 동요풍의 음악을 들려주면 더 잘 자란다는 '그린음악 농법'은 이미 10년 전 등장했다.
철도청이 15일 수도권 전철역에서 자살방지용 음악 76곡을 틀기 시작했다. 열차가 역으로 들어올 때 철로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 경우를 줄여 보려는 조치라고 한다. 다소 황당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자살충동을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다면 오죽 좋겠나.
며칠 전 만난 서울 여의도의 투자 분석가에게 몇몇 곡을 권하고 싶다. 그는 끝도 없이 흔들리는 주식시장을 보며 창문을 열고 투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슈베르트의 자장가(불면증 치료용)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혈압 조절용), 그리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