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 기죽이지 맙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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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서의 힘은 남자나 여자 어느 일방이 주도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컨디션에 따라 남자가 주도할 수도 있고 여자가 주도할 수도 있으며, 보통은 두 파트너가 서로 협조해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생리적으로 남자가 먼저 달아오르기가 쉬운데, 이 때문에 전희에서의 역할은 남성이 더욱 적극적이다.

이때 여성은 어떻게 그 애무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전통적인 가치관, 즉 ‘여성은 수동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여성들은 남편이 애무할 때 심지어 팔을 어디에 두어야 좋을지도 몰라 매우 어색한 상태로 팔다리를 벌리고 단지 누워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내에게 ‘정숙’을 요구하는 남편이라면 이런 아내의 반응에 마음이 놓이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런 대응에 대한 일반적인 남편들은 불만스러워한다.

열심히 애무를 할 때,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여성도 마주 끌어안아줄 정도의 반응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주 끌어안으며 희열의 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완벽한 섹스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도 남성의 몸을 함께 탐색하며 애무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적극적인 반응은 남성을 더욱 흥분시킬 뿐 아니라 보다 강해지게 한다. 남자들은 파트너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정력마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적어도 잠자리에서는 요부가 되어 남편의 성취감을 높여주는 아내가 바람직하다.

최악의 반응은 잠자리에서 남자를 기죽이는 행동이다. 몸을 남편에게 그저 내맡기고 두팔을 늘어뜨린 ‘관찰자형 아내’들에게서 남편들은 “어쭈, 한번 해봐”라는 식의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은 은근히 자존심도 상하는 일이다.

막 좋은 일을 시작해보려는데 집안일 걱정을 꺼내는 센스 없는 아내도 좋지 않다. 남자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언한다고 갑자기 불뚝 서는 존재가 아니다. 달아오를 때, 그것이 부적절한 시간과 장소가 아니라면 되도록 찬물을 끼얹지 않는 게 현명하다.

설사 애무가 시원치않고 혹은 조루증으로 금방 끝내게 된다 하더라도, 특히 이 남자가 앞으로도 관계를 계속해야 할 남편이라면 아내는 절대로 그것을 비웃어서는 안된다. “그것 밖에 못해?”라든지 “잠이나 자”라는 식으로 말하면 남성은 자존심이 손상될 수 있다. 행위중 자주 남성의 기를 죽이면 남성을 점점 더 무능해져, 실제로 성 무능력자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여성이 불감이 되는 원인도 상당부분 남성에게 있을 수 있다. 아내가 정숙하기를 원하는 나머지 성관계에서 좋다는 반응을 나타내는 것조차 싫어하는 남성은 아내를 성적으로 점점 더 무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섹스 없는 부부의 상당수가 이 같은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독주에서 비롯된다. 무능력한 남성이나 무감각한 여성의 성생활을 되살리는 치료가 실제로 신체의 치료보다는 많은 상담과 자신감 되살리기에 중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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