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대면 진단 없이 강박…인권위 “신체 자유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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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신과 전문의의 대면 진단 없이 ‘필요시(PRN·pro re nata) 강박’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사설 응급구조대에 의해 한 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및 입원 과정에서 공격적 성향을 보였고, 병원은 그를 사흘간 격리했다. 총 23시간 50분가량 강박 조치가 이뤄졌고, 그중 14시간가량 조치가 이어진 적도 있었다.

병원 측은 “A씨는 직원과 의료진에게 위협과 폭력적 행동을 해서 처음부터 강박할 수밖에 없는 환자였다”며 “안정제 주사 투약 및 설득에도 불구하고 A씨가 안정되지 않아 강박이 반드시 필요한 상태였고, 중간에 해제했으나 위험이 예상돼 다시 강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PRN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지만,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 지침’에 따르면 강박의 1회 최대 허용 시간을 4시간, 연속 최대 8시간으로 한다. 최대 허용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전문의의 대면 평가와 사후 다학제 팀에 의한 적합성 평가를 하도록 규정한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A씨에 대한 강박 조치를 하면서 당직의가 있었으나 대면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주치의의 PRN 처방이 있으면 간호사들이 ‘주치의 지시 하에’라고 기계적으로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보건복지부 지침을 위반하고, PRN처방에 의해 A씨를 과도하게 강박한 행위는 헌법에 의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필요시 강박을 지시하는 관행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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