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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지도층 자살" 충격

중앙일보

입력

비리에 연루되거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잇따라'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부패와 비리에 비교적 관대했던 과거의 관행이 점차 사라지면서 지도층 인사들이 사회적 압력과 수치를 감당하지 못해 죽음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도층의 자살은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이 순식간에 실추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충동자살이라고 분석한다.

한양대 사회학과 심영희 교수는 "자신의 명예.경력.부 등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아노미(정신적 혼돈)적 상황에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규정한 뒤 "최근 우리 사회가 투명해지면서 과거에는 용납됐던 행위가 비난받게 됐다"고 진단했다.

자신의 희생으로 검은 치부를 덮고, 관련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도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지도층이 '세상의 모든 짐을 안고 간다'며 자살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밝힐 것을 밝힌 뒤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명예롭게 죽자'는 일본식 할복 자살과 유사한 자살 문화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자살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거나 항의의 뜻을 표시하는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연구위원은 "명예의 상실이 주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이란 공개된 장소에서 투신 자살한 것은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서위원은 설명했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이홍식 원장은 "지도층의 자살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주며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라고 말했다.

◇자살 신드롬 확산 우려
사회 지도층의 자살 신드롬이 일반인에게 전염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사망률 4위다.

경찰에 따르면 2001년 1만2277명이던 자살자가 지난해 1만3005명으로 증가했다. 40분 만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원인별로 살펴보면 염세.비관 자살이 6058명으로 제일 많았다. 낙심.실망으로 인한 자살의 경우도 2001년 129명에서 지난해 153명으로 늘었다.

용인정신병원 하지현 과장은 "자살을 결심할 때 이전에 자살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생각한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지도층의 자살은 일반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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