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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캠프를 덮친 한파, '온실 효과'로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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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2차 캠프를 시작한 16일, 오후부터 내린 폭설로 뒤덮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대전=배영은 기자

대전에서 2차 캠프를 시작한 16일, 오후부터 내린 폭설로 뒤덮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대전=배영은 기자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국내 각지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이다. 코로나19 여파로 39년 만에 모든 팀이 해외 캠프를 포기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내가 프로 선수 2년 차일 때 걸프 전쟁(1991년)이 터져 일부 팀이 해외 캠프를 못 간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이런 광경은 나도 처음 본다"고 기억했다.

국내 캠프의 가장 큰 적은 '추위'다. 캠프 시작 이후 이미 전국 많은 지역에 눈과 비가 내렸다. 특히 한화 이글스는 16일 추위의 직격탄을 맞았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경남 거제에서 1차 캠프를 마치고 홈구장(한화생명이글스파크)으로 옮겼는데, 하필 첫날부터 영하의 강추위를 맞닥뜨렸다. 충남 지역엔 한파 주의보가 발령했고, 훈련이 끝나가던 오후 2시 전후로는 폭설까지 쏟아졌다.

올해 한화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는 인생 최초의 경험이다. 그는 일년 내내 기온이 따뜻한 미국 마이애미주 출신이다. 수베로 감독은 첫 대전 훈련을 마친 뒤 "이 정도 추위는 처음 느껴본다. 특히 스프링캠프 기간에 눈을 맞으면서 운동을 한 건, 나와 다른 (외국인) 코치들 모두 야구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한화가 마련한 고육지책은 '온실'이었다. 야구장 출입구 쪽에 선수들이 웜업을 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야외 불펜에도 커다란 비닐을 덮어 실내와 비슷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특히 추위에 민감한 투수들의 불펜 피칭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선수들이 수시로 오가는 홈팀 더그아웃에도 역시 비닐 장막을 설치했다. 내부 공기를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어 선수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

한화 투수 김진영은 "추위로 고생하는 건 모든 팀이 마찬가지일 텐데, 다행히 구단이 비닐로 피칭장과 웜업장을 만들어줘서 몸을 끌어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포수 최재훈도 "외부는 무척 춥기 때문에 (비닐하우스) 안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야수 정은원 역시 "날씨는 거제에 있을 때가 더 따뜻했지만, 대전에서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운동하니 불편함이 없다. 그 안에선 오히려 더워서 땀이 날 정도다. 라커룸에서 쉴 수 있고 여러 장소가 익숙한 홈 구장 훈련도 충분히 괜찮은 거 같다"고 웃어 보였다.

한화 외에도 많은 팀이 비닐하우스를 애용하고 있다. 홈구장을 캠프 거점으로 삼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가 대표적이다. 롯데 투수 박진형은 "사실 (경험하기 전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비닐하우스 안이 생각보다 따뜻하다. 바람이 직접적으로 부는 그라운드와는 완전히 달라서 좀 더 편하게 투구 연습을 할 수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래도 역시 가장 행복한 팀은 키움 히어로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덕분이다. '집밥'을 먹고 출퇴근하면서 고척스카이돔의 시설을 모두 누릴 수 있다. 감독 첫 시즌 스프링캠프를 국내에서 치르고 있는 홍원기 키움 감독은 "해외 캠프는 훈련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생활을 반복하기 때문에 힘든 거다. 현재의 캠프 환경에 만족한다"고 귀띔했다.

대전·부산=배영은·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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