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이식수술 국내 첫 성공여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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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분야에서 가장 어렵다는 소장이식수술이 국내 처음으로 성공을 거둘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이명덕 교수팀은 장간막혈전증으로 소장과 대장을 대량 절제해 '단장(短腸)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모(57.여)씨에게 딸 나모(27)씨의 소장을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을 지난 9일 실시, 19일이 지난 현재 모녀 모두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소장이식수술은 지난 2001년 1월 18개월된 여아에게 어머니의 소장(1m)을 이식하는 수술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실시됐으나, 수술 후 소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10개월만에 숨지면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번 수술은 외과, 소화기 및 감염내과, 성형외과, 마취과, 방사선과, 임상병리과 등으로 구성된 '소장이식팀'에 의해 8시간여에 걸쳐 실시됐다.

소장을 이식받은 이씨는 현재 이식 후 1~2주째 나타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 없이 죽을 조금씩 먹는 정도의 양호한 경과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이식 소장의 장운동기능이나 흡수기능은 거의 정상화됐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소장이식은 소장구조의 특성상 이물질과 세균들에 노출돼 있어 세균감염 가능성이 높고, 면역체계인 임파조직이 발달돼 있어 다른 사람의 장기에 대한 거부 반응이 강해 간, 심장 등 다른 장기에 비해 수술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씨의 경우 소장을 이식하기 전 남아있는 장(腸)이 십이지장과 공장 20㎝, 횡행결장 일부분, 하행결장 뿐으로, 소장이식 외에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딸에게서 소장의 일부분인 '회장' 1m50㎝를 떼낸 뒤 미세현미경 수술로 이씨의 소장 부위에 회장을 이어붙였다.

딸 나씨는 어머니와 2천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며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소장 일부를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어머니에게 이식된 소장은 이식과 동시에 성장하게 된다"면서 "환자는 이식 4일째부터 걷는것은 물론 10일째부터 죽을 먹을 정도로 경과가 좋지만 성공여부를 확인하려면 앞으로 2~3개월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성모병원은 이씨 모녀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점을 감안, 소장이식에 들어가는 비용 8천만원 가운데 2천만원을 부담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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