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50고개에 들어선 주부 김재신(서울 방배동)씨. 그는 올 초 어느날 아침 남편과 아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보통 때와 달리 이방 저방에 널린 옷가지며 어지러운 식탁을 바라보니 괜히 화가 나면서 자신이 매우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는 것.
'마(魔)의 50 고개'를 넘으며 마음의 몸살을 앓는 여성들이 많다. 소위 여성 갱년기 증상이다.
◇몸도 마음도 아프다
보통 50세를 전후로 폐경이 되면 여성들은 각종 신체적.심리적 증상을 겪는다.
여성호르몬 처방으로 신체적 증상은 웬만큼 치료가 되지만 갱년기를 겪은 많은 여성은 심리적.정신적 문제를 극복하는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과도하게 쇼핑에 집착하거나 성형 등 외모를 가꾸는 데 돈을 쏟아붓기도 한다. 하지만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주부들은 "봉사활동이나 일거리 등을 준비하면 갱년기야 말로 인생 2막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지혜 몇가지를 모아봤다.
2년 전 결혼 30주년이 되던 해에 갱년기 증상을 앓았던 본지 주부통신원 박복남(53.서울 행당동)씨. 그는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남편은 직장에서 승진할 만큼 승진하고 아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갈 동안 '나는 뭘했나'하는 스스로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신혼여행의 추억을 적어놓은 수첩에서부터 틈틈이 쓴 가계부, 수십권의 앨범 등이 생생한 자료가 됐다.
"셋방에서 시작해 내 집 마련한 얘기며 가족의 대소사를 1년 단위로 기록해 보니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방 보이는 거예요. 나만의 역사가 있다고 가족에게 자랑하니 모두들 깜짝 놀라더군요."
박씨는 '그때를 … '를 주부들이 즐겨찾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더니 주부들의 격려와 감사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장구채로 우울증을 날리고
갱년기를 겪는 여성들이 가장 속상해 하는 일 중의 하나는 남편 등 가족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 김성자(52.서울 풍납동)씨는 용기를 내 남편과 대학생인 아들에게 "갱년기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 후 김씨는 남편에게서 골프를 배우며 주말마다 운동으로 우울증을 이겨냈다.
갱년기를 맞아 괜히 슬프고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던 권문자(49.대전시 둔산동)씨는 장구로 갱년기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경우다. 권씨는 취미 생활을 해보라는 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을 들은 뒤 뭔가를 두드리면 기분이 풀릴 것 같아 장구를 배웠다. 권씨는 "노인정뿐 아니라 동네 상가 개장식 행사에서도 장구로 흥을 돋워 주변의 박수갈채를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조혜정(50.인천시)씨는 지난해부터 친구와 함께 한달에 한번씩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고 있다. 보모들을 도와 하루 종일 아이들을 안아주고 놀아주면 어깨가 뻐근하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듯 가볍다고. 조씨는 "내가 나눠줄 게 많은 사람인 것을 깨달으면서 우울증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거리를 찾는 것도 갱년기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신혜성(54.서울 은평구 신사동)씨는 3년 전부터 유치원 원장인 친구를 도와 유치원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바깥 출입을 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갱년기를 앓았던 신씨는 "여고 동창들과 만나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결국은 '시간 죽이기' 밖에 되지 않았다"며 "수입도 많지 않고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보람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안면홍조엔 그린 파우더를
쉽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안면홍조는 갱년기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증상 중의 하나. 이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땐 녹색 파우더로 얼굴의 붉은 빛을 베이지 톤으로 중화시키는 화장법을 권할 만 하다. 박신혜(52.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는 "화장법 하나로도 우울증이 훨씬 가실 수 있었다"며 "친구들에게 권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쉽게 건조해지는 갱년기 피부에는 이틀에 한번 정도 화장솜에 스킨을 적신 뒤 한 시간 정도 얼굴에 올려놓는 간단한 팩으로도 피부뿐 아니라 마음의 윤기를 회복할 수 있다.
